2026년 10월부터 식품·화장품 등 미인증 제품 유통 전면 금지
글로벌 기업들 이미 인증 완료, 韓 기업 준비 시급… “마지막 골든타임”
2026년 10월 17일.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거대한 변화의 막이 오른다. 이날부터 가공식품, 음료, 화장품 등 주요 소비재에 대한 할랄(Halal) 인증이 전면 의무화된다.
이는 단순히 선택적 권장 사항이 아닌, 시장 진입과 퇴출을 결정하는 강력한 규제다.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거나 이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할랄 인증’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남은 1년여의 시간 동안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릴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카운트다운 시작된 ‘할랄 장벽’… 미인증 시 시장 퇴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4년 ‘할랄 제품 보증법(Law No.33/2014)’을 제정하며 10년에 걸쳐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해왔다. 그 최종 단계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1단계 의무화가 적용되는 2026년 10월부터는 가공식품, 음료,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Class A 등급 의료기기 등이 할랄 인증 없이는 인도네시아 내 생산·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이후 2029년에는 의약품 일부와 Class B 의료기기, 2034년에는 Class C 의료기기까지 그 대상이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강력한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할랄 인증을 받지 못한 수입 제품은 통관 단계에서부터 제재를 받을 뿐만 아니라, 현지 유통 채널 입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의무화 시행 이후 대다수의 로컬 유통 채널은 비할랄 제품의 취급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들의 불신을 자초하면서까지 비인증 제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억 7천만 인구의 약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로고는 단순한 종교적 상징을 넘어, 제품의 안전성과 청결함을 보증하는 ‘신뢰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소비자들은 할랄 인증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 및 기업 이미지와 직결된다. 결국, 인증 유무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인 셈이다.
◇ ‘시간·경쟁·비용’… 韓 기업이 직면한 3중고
상황이 이렇듯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내 기업의 준비는 더딘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이 직면한 도전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의무화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년 남짓이다. 하지만 할랄 인증은 서류 제출부터 공장 실사, 최종 승인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복잡한 절차다. 특히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서 전 세계에서 신청이 폭주하고 있어, 심사 지연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금 신청해도 2026년 10월까지 인증을 완료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둘째,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이다.
네슬레, 유니레버, 로레알 등 글로벌 소비재 공룡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할랄 인증을 완료하고 현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들은 할랄 인증을 규제가 아닌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하며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뒤늦게 인증 절차에 뛰어든 우리 기업들은 이미 앞서나간 경쟁자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셋째, 인증 관련 비용 압박이다.
인증 신청, 컨설팅, 공장 설비 개선, 원부자재 교체 등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인증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련 컨설팅 비용과 심사비가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생산 라인 전체를 할랄 기준에 맞춰야 하는 중소·중견 기업에게는 이러한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위기를 기회로… “Made in Korea + Halal” 신화를 쓰다
전문가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이 바로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기 인증 완료’다. 하루라도 빨리 인증 절차에 착수해 2026년 10월 이전에 인증을 획득하는 기업은 규제 시행과 동시에 발생하는 ‘인증 공백’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준비가 미흡한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퇴출되는 동안,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현지 유통망을 선점하고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할랄 인증을 프리미엄 전략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우수한 품질과 트렌디한 이미지로 각광받는 ‘Made in Korea’ 프리미엄에, 신뢰의 상징인 ‘Halal Certified’가 더해진다면 이는 인도네시아 무슬림 소비자들에게 그 어떤 브랜드보다 강력한 구매 소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인증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공급망 관리’ 역시 핵심 성공 요인이다. 최종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와 부자재 공급업체가 할랄 인증을 받았는지, 또는 할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 하나의 비할랄(Non-Halal) 원료 혼입으로 전체 인증이 무효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19억 달러(약 44조 원)에서 연평균 14.2%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32년에는 약 923억 달러(약 12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할랄 인증 전문 컨설팅사 인싸이롭(INSIGHTOF)은 “2026년은 준비가 미흡한 기업에게는 퇴출 통보일이 되겠지만, 발 빠르게 대응한 기업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인증 수요 폭증으로 인한 ‘인증 대란’ 속에서 시장 진입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조기 대응이야말로 할랄 인증을 성장의 핵심 열쇠로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력히 조언했다.
2026년 10월, 거대한 파도가 인도네시아 시장을 덮친다. 이 파도는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재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선택은 끝났다. 이제는 오직 철저한 준비만이 한국 기업의 생존과 도약을 보장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의 굳게 닫힌 문은, 오직 준비된 자에게만 그 빗장을 열어줄 것이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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