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위판타라’에서 ‘인도네시아’까지, 국가 이름의 여정

오늘날 인도네시아 공화국으로 알려진 동남아시아의 군도는 시대의 흐름과 역사적 격변 속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고대 문명의 기록에서부터 식민 지배의 아픔, 그리고 마침내 독립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 이름의 변천사는 한 민족이 걸어온 기나긴 여정을 증언하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고 있다.

■ 드위판타라 (Dwipantara): 인도 문명이 남긴 가장 오래된 이름

인도네시아 군도를 지칭하는 가장 오래된 이름으로 알려진 것은 ‘드위판타라’다. 7세기경부터 기록이 확인되는 이 용어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했다. ‘드위파(dwipa)’는 ‘섬’을, ‘안타라(antara)’는 ‘바깥’ 혹은 ‘건너편’을 의미하여, 문자 그대로 ‘(인도) 건너편의 섬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에도 등장하는 이 이름은 힌두-불교 문화 전파와 함께 일찍부터 인도 대륙과 인도네시아 군도 간에 활발한 무역 및 문화 교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 누산타라 (Nusantara): 마자파힛 제국, 통합의 상징을 세우다

14세기, 동남아시아 해상을 호령했던 마자파힛 제국의 전성기에 이르러 ‘누산타라’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누사(nusa)’ 역시 ‘섬’을 뜻하는 말로, 여러 섬을 아우르는 해양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특히 1334년, 제국의 재상이었던 가자 마다가 모든 누산타라를 통일하겠다는 ‘팔라파 서약’을 하면서 이 용어는 마자파힛의 영향력 아래 있는 모든 군도를 지칭하는 강력한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 힌디아와 네덜란드령 동인도: 식민 지배의 낙인

15세기 말,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유럽 세력이 도래하면서 이 지역은 ‘힌디아(Hindia, 인디아)’로 불리기 시작했다. 인도양에 인접했다는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후 17세기부터 네덜란드가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면서 이름은 ‘네덜란드령 동인도(Hindia-Belanda)’로 바뀌었다.

이 명칭은 수백 년간 식민 통치의 행정 문서에 공식적으로 사용되며, 제국주의 시대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이름으로 남았다.

■ 토인도(To-Indo): 일본 점령기의 짧은 이름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일본 점령기에는 잠시 ‘토인도(To-Indo)’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이는 ‘동인도(東印度)’를 뜻하는 일본어 약칭으로, 철저히 행정적 편의를 위한 명칭이었다. 짧고 가혹했던 점령 기간 탓에 이 이름은 민중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인도네시아 (Indonesia): 마침내 찾은 현대적 정체성

‘인도네시아’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학계에서였다. 1850년 영국의 학자 제임스 리처드슨 로건이 그리스어로 ‘인도’를 뜻하는 ‘인도스(Indos)’와 ‘섬’을 뜻하는 ‘네소스(nesos)’를 결합해 ‘인도네시아(Indonesia)’, 즉 ‘인도 군도’라는 학술 용어를 제안했다.

이 이름은 식민 통치에 저항하던 민족주의 운동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네덜란드령 동인도’라는 식민지 명칭을 거부하고, 독립된 민족의 정체성을 담을 새로운 이름으로 ‘인도네시아’를 채택한 것이다.

마침내 1945년 8월 17일, 독립 선언문이 낭독되면서 ‘인도네시아’는 신생 독립 국가의 공식 국호로 선포되었다.

드위판타라에서 누산타라로, 그리고 식민지의 이름들을 거쳐 마침내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이름의 변천사는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분열을 넘어 통일을 이루며, 마침내 주권을 쟁취한 인도네시아 민족의 위대한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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