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이탈리아 푸른 꽃게 수입 실현 가능성은

꽃게 애호국인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푸른 꽃게(블루크랩)’를 본격적으로 수입할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최근 국내 꽃게 수입업체들이 이탈리아 당국에 수출 여부를 타진하거나 푸른 꽃게 사전 예약을 받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실제 판매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외국에서 꽃게를 수입하는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 식품은 정밀·현장·서류 검사 등 3가지 종류의 검사를 받는다. 여기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 통관이 가능하다.

현재 업체들이 이탈리아에서 들여오려는 푸른 꽃게(학명:Callinectes Sapidus)도 식약처 기준에 따라 수입 가능한 품종이어서 이 검사를 통과하면 소비자들에게 꽃게를 판매할 수 있다.

이미 한 업체는 다음 달 말부터 푸른 꽃게를 들여와 판매할 수 있다며 구매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인천에서 푸른 꽃게 수입을 추진 중인 다른 업체의 이강희 대표도 “우리 업체는 이미 5∼6년 전부터 그리스 등지에서 해당 품종을 수입하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꽃게 수출 업체와 미팅을 하기 위해 현지 당국에 요청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푸른 꽃게 들어보이는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
푸른 꽃게 들어보이는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아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탈리아의 비싼 인건비, 현지 냉동 시스템 구축,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푸른 꽃게 수입이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년 업력을 지닌 꽃게 수입업체의 나명훈 이사는 “당초 버려지던 푸른 꽃게를 수입하려면 분류 작업도 해야 하고 냉동비에 운송비도 별도로 든다”며 “가격 면에서 확실히 싸지 않은 이상 도매 업체들이 푸른 꽃게로 수입 품종을 바꾸진 않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소비자들이 재미 삼아 구매하는 수요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소매가는 도매가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기 때문에 이것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튀니지에서도 푸른 꽃게와 비슷한 종류인 ‘청색 꽃게’가 급격히 증가해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지에 수출되고 있지만, 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튀니지는 국내보다 인건비가 7∼8배 저렴해 현지 꽃게 가공에 드는 비용이 월등히 싸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가 있어 수입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꽃게 교역 통계에서도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꽃게 1만2천860t 중 저렴한 중국산이 1만2천470t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튀니지산 160t이었다.

박경수 꽃게 수입업체 꼬메스 이사는 “가장 맛있는 국산 꽃게 값도 많이 내려간 상태에서 푸른 꽃게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이탈리아는 튀니지와 달리 인건비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꽃게를 제대로 수거해 가공까지 하려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산 꽃게가 엄청나게 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탈리아 현지에서 1㎏당 700∼800원에 꽃게를 사들여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며 “만약 그보다 값이 비싸다고 하면 이탈리아 꽃게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푸른 꽃게 수입 추진 소식이 화제를 모은 것은 이탈리아 당국이 조개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꽃게 폐기에 거액의 예산을 배정한 뒤부터다.

최근 수년간 대서양 연안에서 지중해로 유입된 푸른 꽃게는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조개나 굴을 먹어 치워 현지 양식업자를 폐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탈리아 동북부 베네토주는 푸른 꽃게 퇴치를 위해 290만유로(약 4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푸른 꽃게를 포획하고 폐기하는 이들에게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맛있는 꽃게를 버릴 거면 차라리 내 입에 버려 달라”, “이탈리아에서 안 먹을 거면 우리가 먹겠다”는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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