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국영건설사 채무상환 연기…S&P “공기업 유동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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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4대 건설사 부채 11조원…조코위 임기 중 12배 폭증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 와스키타 카르야가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채무 상환을 연기하자 인도네시아 국영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 국영 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 유동성 부족 위험에 처해 있다”라며 와스키타 카르야의 채무 상환 연기가 인도네시아 회사채 투자자들의 투자 의지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와스키타 카르야는 도로와 댐, 발전소 등 인프라 건설은 물론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도 펼치는 인도네시아 최대 건설회사 중 하나로 정부가 지분 66%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약 2조3천억 루피아(약 1천976억 원)에 이르는 채권 이자와 원금 상환을 오는 6월로 미루고, 다른 채권들의 이자 지급도 연기하겠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와스키타 카르야 측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고 구조조정 작업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외에서 장기 자금 조달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와스키타 카르야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앞서 인도네시아 신용평가회사 페핀도는 지난달 와스키타 카르야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으며 추가 하향 조정을 경고했다.

이 회사가 유동성 문제를 겪는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맡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수도 건설을 포함해 도로나 공항, 항만, 발전소 등 공격적으로 인프라를 확대하면서도 재정보다는 국영 건설사들의 투자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와스키타 카르야의 장기 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2조 루피아(약 5조3천억 원)에 이른다. 이미 이자 상환 등 각종 금융비용은 영업이익의 3배가 넘는다.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다.

여기에 각종 채권 만기도 돌아오고 있다. 당장 이번에 연기한 채권 외에도 내년 5월까지 2조4천억 루피아(약 2천62억 원)의 채권을 더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와스키타 카르야 한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와스키타 카르야를 포함해 국내 4대 건설사의 부채는 130조 루피아(약 11조2천억 원)로 2014년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 취임 이후 총 약 12배 폭증했다.

S&P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과 주요 민간기업의 채권 상환액이 올해 말 41억 달러(약 5조3천500억 원), 내년 말에는 53억 달러(약 6조9천100억 원)에 달한다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영 은행을 통해 와스키타 카르야와 크라카타우 스틸, 가루다 항공 등 국영 기업들의 대출을 지원, 채무 재구조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c) 연합뉴스 전재협약 /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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