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옮기는 인도네시아, 공무원들 ‘이전 꺼려…’

인도네시아가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이 신(新)수도로의 이전을 꺼리고 있다.
13일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수도법 공포와 현지 조사 등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새 수도와 함께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공무원들이 이전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11년차인 한 공무원은 매체에 “수도 이전이 나에게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자카르타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도 그렇고 새 수도가 2~9살 사이인 자녀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수의 공무원들 역시 자녀 교육문제·병원과 같은 사회 기반시설·부모 부양 등의 이유로 누산타라 이전을 꺼리고 있다. 수도 이전이 확실시 되자 사임한 한 공무원은 “어릴 적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새 수도가 어떨지, 어떤 기반 시설이 제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녀들이 같은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지 않다”며 “후회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경 내부에서도 수도 이전으로 인한 재배치에 대한 거부감이 포착되기도 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일 열린 군경 합동 지도부 회의에서 군경은 “정부가 결정하고 국회가 승인하는 등 민주적 수단에 의해 정해진 결정에 의문을 제기해선 안된다. 군경의 규율에 따르면 논란의 여지도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국은 누산타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지만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금융·비즈니스 허브로 남을 것이라 밝혔다. 정부 인사 담당자도 “재배치 계획에는 가족도 함께 이사할지 여부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한 수당 등이 포함될 것”이라며 “공무원은 다른 지역에 배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원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공무원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도 자카르타에서 2000㎞ 가량 떨어진 칼리만탄 섬 동부로 수도를 옮기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18일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에 ‘누산타라’라는 이름의 신수도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신수도법(IKN)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됐다.

466조 루피아(한와 약 39조원)을 투입해 진행되는 수도 이전은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의 인구 밀집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적법성·토지 이권 문제 등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이전 반대론자들은 헌법 재판소에 수도 이전이 2005~2025년 장기 국가개발 프로젝트의 일부가 아니므로 위헌이라 제소하는 등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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