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문학산책] <수필부문> 우수상, 박선민「틀림이 아닌 긍정의 문화」

박선민

<경력>
서울 출생
한신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졸업
2023년 하반기부터 인도네시아 거주 중
前 대학교 행정직 근무 [한국]
現 PT. PENASCOP MARITIM INDONESIA (물류 회사) 종사

<수상 소감문>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에는 다소 어려운 30대에 저는 인도네시아에 왔습니다. 주위 친구들은 가정을 이루는 등 안정된 삶을 꾸려가는 동안, 저는 이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자 했고,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매일매일 겪고 있는 이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고 배우며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불투명한 앞날에 불안했던 20대 시절, 저는 거의 매일 일기를 쓰며 미성숙하고 불안한 자아를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일상에서의 다양한 일들과 제 감정들을 글로 적으며 비로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깨닫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아직 글 실력은 미흡다고 느끼지만,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며 자아를 확장할 수 있는 창구이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문학계에 발을 들이고 싶었습니다. 미흡하지만 제가 뿜어낸 아름다운 작은 자취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이번 ‘적도문학상’ 수상은 저에게 매우 뜻깊고 감사합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글쓰기를 업으로 하시는 저희가족들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러한 재능을 주신 저희 아버지와 가족들에게도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마침 적도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그날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감사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 49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저에게 숭고하고 귀한 사랑을 주셨으며, 사랑을 알려준 할머니께 감사와 더 큰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할머니는 늘 “네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 후회 없이 다 하고 살아라.”고 말씀하시며 저의 모든 결심과 순간들을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이곳 인도네시아에서도 후회 없고 원없이 경험하며, 많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순간순간을 고귀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러한 영광과 기회를 주신 ‘적도문학상’ 주최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수상 수상작>

틀림이 아닌 긍정의 문화

“우리나라에서 누가 인도네시아 간식을 웃돈 주고 사냐?”, “한국에서 잘 풀린 사람이면 인도네시아는 왜 가있겠어?” 최근 한국에 잠깐 들렀을 때 들은 얘기였다. 늘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에게서 들었던 얘기였기에 더욱더 충격적이었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 악의를 가지고 일부로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그들 기저의 본심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단 반년 정도 있었던 인도네시아였음에도 나는 한국 문화에 벌써 적응이 어려웠다. 자카르타에서 한국에 도착한 날, 목적지와 가까운 거리에서 택시를 잡았다고 투덜대는 택시 기사, 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는 버스, 물건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보지도 않고 ‘거기 없으면 없으세요’라고 답하는 잡화점 점원, USIM을 신청하러 통신사에 갔을 땐 ‘알아듣게 제대로 설명을 해보라’라고 혼내던 통신사 직원. 만년 웃음으로 대해주던 인도네시아에서와는 너무나 다른 차갑고도 빠른 문화였다.

효율성은 상대방에게 차가운 온도와 비례하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과 비교하며 효율성을 계산하고 있었으나, 한국에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인도네시아의 따스함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느린 나라이다.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효율성을 추구하는 빠른 민족인 우리에게는 정말 적응하기 힘든 문화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일부의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느린 문화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업무를 하면서 느낀 문화 차이는 굉장히 많았다. 업무를 부탁해도 먼저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내가 몇 번이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요청해야 답을 받을 수 있었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삼삼오오 사무실 바닥에 모여 앉아서 간식을 먹는다거나, 업무 시간에 몇 시간씩 자리를 비워서 연락도 힘든 상황이 부지기수였고 나 역시도 이런 상황들이 너무 답답하고 짜증 났다. 게다가 경험상 잘 모르거나 난처한 상황이면 웃는 낯으로 ‘없다’라거나 금방 들키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잦았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생리통이 심해 출근하지 못했던 어느 날 여러 명의 현지 직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다음 날 책상에는 생리통이 심할 때,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먹는다는 ‘teh jamu’와 오일, 그리고 온열 파스가 놓여 있었다. 그들은 따뜻하다. 챙겨주려고 하고, 걱정해 주고, 남의 일에 함께 웃어도 주고 울어주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친해진 현지인 직원 아야(Aya)와 업무에 대해 말하면서, 나는 부정적이고 우려 가득한 부분들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그러자 아야는 물었다. “선민, 왜 선민을 비롯한 다른 한국인 직원들은 늘 앞으로의 업무에 대해서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거야? 초조해하지 마. 여태까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잘 되어왔어. 인샬라” 그렇다. 그들은 신의 가호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인샬라’(신의 뜻대로)’로 그냥 모든 것은 신이 부여한 숙명이기에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현재를 즐기며 충실하게 살고 있기에 우리네처럼 미래를 위해 아득바득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이 처한 현실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만족하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나는 100% 한국인의 시선으로 ‘왜 일을 안 하지?’, ‘왜 빨리 안 하지? 이상한 사람들이다.’라고 한국인의 기준에서만 바라보고 재단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는 삶을 즐길 줄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르고, 늘 쪼기만 하는 여유 없는 가련한 한국인 노동자였을 것이다.

여태까지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미처 간과했다. 내가 그들보다 잘났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의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도네시아에서 이제 막 7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그들의 시선에서 이해하자 점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보인다. 그리고 그들도 나에게 자기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한국과 경제적인 수치가 다를 뿐, 숫자라는 수치로 가늠할 수 없었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다. 그들이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나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앞으로도 그들과 어우러져 나갈 것이다.

<심사평>

우수상 박선민의 <틀림이 아닌 긍정의 문화> 또한 타국생활의 낯선 체험과 사고력을 동원하여 성찰의 문학이라는 수필의 성격을 어느 정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필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다양한 체험 자료에 투영된 주제의식이 햇살 같이 밝게 빛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신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는 점은 당선된 수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문화접변을 통한 인간적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경험과 성찰의 세계가 공감을 자아낸다.
심사: 서미숙(글), 김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