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호두’ 새 한국어 태풍명… 한국 할퀸 ‘힌남노’ 퇴출

필리핀에 큰 피해 ‘메기·노루’ 대체…북한 제출명 ‘날개’→’잠자리’
힌남노는 한국 요청으로 ‘옹망’ 변경…하반기 ‘독수리’ 대체명 공모

‘고사리’, ‘호두’, ‘잠자리’가 새로운 한국어 태풍 이름이 됐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56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한국이 제출해 사용하던 태풍 이름 중 메기와 노루를 각각 고사리와 호두로 대체하기로 했다.

또 북한이 제출해 쓰던 날개는 잠자리로 바꿨다.

이번 한국어 태풍 이름 교체는 해당 이름을 쓴 태풍에 큰 피해를 본 필리핀이 요청한 것이다.

필리핀 기상청에 따르면 2022년 제2호 태풍 메기는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 북부를 순회하며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고, 이에 214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이 다쳤으며 132명이 실종됐다. 피해액은 총 22억7천229만여페소(약 537억9천만원)였다.

이외에도 베트남이 제출한 이름인 ‘꼰선’은 ‘룩빈'(수생식물의 한 종류), 일본이 제출한 ‘곤파스’는 ‘도케이'(별자리 중 하나인 시계자리), 미크로네시아의 ‘라이’는 ‘사르불'(장마), 홍콩의 ‘망온’은 ‘칭마'(유명한 다리 이름)로 각각 변경됐는데 모두 필리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 큰 피해를 일으킨 ‘힌남노’는 ‘옹망’으로 바뀌며 퇴출됐다. 옹망은 라오스에서 사슴이란 뜻이다.
힌남노의 교체는 한국이 요청한 것이다.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국내에서 1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2천44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필리핀이 제출해 사용하던 ‘말라카스’도 이번에 태풍 이름에서 빠졌는데 이유가 다른 이름과 다르다.
필리핀어로는 말라카스가 ‘강력하다’라는 뜻이지만 그리스어로는 성적인 속어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되면서 태풍 이름에서 빠지게 됐다.

말라카스 대신 사용될 이름은 ‘아무야오’로, 필리핀에 있는 산 이름이다.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에는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낸 140개의 이름을 돌아가며 붙인다.

최근 발생한 태풍의 이름은 즐라왓(8번)으로 109번째인 태풍 고사리가 나오려면 태풍 100개가 더 발생해야 한다. 한 해 평균 25.1개 태풍이 발생하므로 4년 정도는 있어야 태풍 고사리가 나오는 셈이다.
큰 피해를 낸 태풍의 이름을 퇴출하는 까닭은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태풍으로 피해가 나면 보험처리 등을 위해 사후에도 해당 태풍을 언급할 일이 많은데 동명의 태풍이 또 나오면 혼선을 줄 수 있는 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이름은 일단 태풍위 회원국 모두에서 발음하기 쉬워야 한다.

또 일기예보에 사용했을 때 혼선을 주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태풍 이름을 ‘소나기’로 하면 ‘소나기가 온다’라고 했을 때 ‘태풍 소나기’가 접근해온다는 것인지,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으므로 부적합하다.

지난 태풍위 총회에서는 지난해 중국과 필리핀에 큰 피해를 준 태풍의 이름인 ‘독수리’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기상청은 하반기 독수리를 대체할 이름을 공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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