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6백만 가입자 ‘라인’…네이버 지우고 일본 기업 현실화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과 이후 일본에서 실시한 행정지도에서 요구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논란과 관련해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라인야후 이사회서 ‘라인 아버지’ 신중호 제외…일본인 이사들 장악
네이버, 라인 매각시 해외사업 차질 우려…M&A 자금 확보는 가능

라인야후가 8일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면서 네이버가 13년 키운 라인의 일본 기업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라인야후가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고 네이버와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혀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AI 등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생길 수 있지만 ‘아시아의 네이버’를 향한 해외시장 전략에는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라인야후, 소뱅 단독 대주주 요구…네이버, 수조원 확보 가능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결산설명회에서 “(우리는) 모회사 자본 변경에 대해서는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 50%를 보유한 네이버에 대주주 자리를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여진다.

라인야후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네이버 출신 신중호 CPO를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제외키로 해 네이버와 관계 단절 가능성도 강력하게 시사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3일 컨퍼런스콜에서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와 관련,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한 점도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네이버가 실제 라인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을 절반 갖고 있어 라인야후 시가총액 약 25조원 중 32.3%에 달하는 8조1천억원가량을 보유한 셈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 지분 전부를 매각하면 10조원 넘게 챙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인야후 매각을 통한 지분 확보는 네이버가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꼽는 AI 사업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네이버가 삼성전자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필요 없는 AI 가속기 ‘마하1’을 공동 개발하고 있고 상반기중 인텔, KAIST와 인공지능(AI) 공동연구센터를 설치하는 등 AI칩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 사업에 활용할 수는 없어 단기간에는 가격이 천정부지인 AI 칩을 대량 구매해야 하는 처지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애널리스트는 7일 보고서에서 “일부 지분 매각으로 네이버와 LY(라인야후)의 연결 고리는 유지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이 경우 사업적 관계는 유지하면서 네이버가 몇 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M&A를 추진한다면 주가는 오히려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중장기적 해외사업 차질 우려도…전문가 “결정 시점 늦춰야”

그러나 눈앞의 재무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국내외 사업 전략과 관련한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인야후를 잃으면 일본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통해 이루려던 ‘아시아의 IT 기업’ 꿈이 물거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라인야후와 관계가 단절되면 디지털라이제이션과 클라우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일본 IT 시장에서 네이버가 성장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아울러 동남아시장 확장 기회마저 소프트뱅크에 넘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9천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국민 메신저로 성장시켰으며 태국(5천500만명), 대만(2천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를 포함해 아시아 시장에서 2억 명의 라인 이용자를 확보했다.

라인야후 자회사인 Z중간글로벌(Z Intermediate Global)은 일본 이외 글로벌 사업 개발과 확장을 맡은 한국법인 라인플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운영하는 아이피엑스 지분 52.2%와 라인게임즈 지분 35.7%,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지분 18.8%를 갖고 있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메신저, 인터넷은행, 캐릭터 사업 등을 키울 교두보를 잃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중장기적 사업 전략이 라인야후 지분 조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라인야후의 정보 유출 재발방지책 제출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인 중앙대 위정현 다빈치가상대학장은 “현재로서는 네이버가 제값을 못받은 채 라인야후 지분을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라도 라인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7월 1일까지인 일본 총무성 보고 시점을 늦추도록 네이버와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신중호 이사의 사임은 라인야후의 판단으로 자본변경과는 무관하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본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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