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법해석 ‘파트와’ 의결…법적 구속력 없지만 무슬림에 큰 영향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가 자국 국회를 상대로 기후 위기 예방 법률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전했다.
28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MUI는 지난해 “입법부는 기후 정의의 원칙과 가치를 통합하는 기후 변화에 관한 법률을 우선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파트와(Fatwa)를 의결했다며 최근 이를 공개했다.
파트와는 이슬람 율법을 해석해 각종 생활 지침을 마련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무슬림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MUI는 또 지방 정부에는 각종 투자 제안에 대한 환경영향평가(EIA)와 인허가 평가 시 환경 보호와 기후에 미칠 영향 등을 우선하고, 각 관할 구역 내 모든 사회 계층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 인식 캠페인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MUI의 환경·천연자원부 책임자인 하유 프라보워는 전면적인 기후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율법 해석을 마련했다며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MUI가 특히 우려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면 정부와 대중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UI가 기후법 발의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자카르타 포스트는 전 세계 무슬림들로 구성된 기후 단체 ‘움마 포 어스'(Ummah for Earth·지구를 위한 이슬람공동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환경 단체들이 MUI를 상대로 1년여간 로비를 벌인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의 칼리사 칼리 코디네이터는 통계로 볼 때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에 더 취약한 상태라며 “기후 변화 문제에 전 세계 무슬림 지도자들이 참여해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UI는 과거에도 삼림 벌채를 무슬림에게 금지된 것을 뜻하는 ‘하람’으로 판단한다는 파트와를 발표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삼림 벌채 금지 정책을 끌어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열대우림과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이탄지(泥炭地)를 보유하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습지로 일반 산림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온 상승으로 열대우림과 이탄지에 대규모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농경지 확대를 위해 불법 개간하는 경우도 많다.
인도네시아는 또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며 지금도 전력 생산의 3분의 2 이상을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부터 전력 부문에서 탄소 배출 감축에 들어가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