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후광 업고 승리 자신…무슬림 지지 후보-여당 후보, 결선 투표시 연대?
‘가라앉는 자카르타’ 수도 이전이 최대 이슈…경제 정책·외교 공약 대결 팽팽
오는 14일 치러지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3명이 치열하게 대권을 놓고 경쟁 중이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의 인기와 정책을 이어받아 1차 선거에서 대권을 확정 지으려는 후보와 어떻게 해서든 결선 투표까지 끌고 가려는 나머지 두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1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 우세를 점치면서도 만약 결선 투표까지 갈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프라보워나 여당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55) 후보가 승리할 경우 조코위 대통령의 현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호 1번 아니스 바스웨단(54) 후보의 경우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어 그가 집권 시 큰 변화가 예상된다.
◇ 프라보워 “50% 넘겨 1차전서 확정”…아니스·간자르 “결선까지 간다”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후보는 현 국방부 장관인 프라보워다. 군인 출신인 그는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딸과 결혼했던 전 사위다.
그는 2014년, 2019년 대선에 연이어 출마했지만 모두 조코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했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재선된 뒤 야당 대표인 그를 국방부 장관에 앉혔고,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를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만들었다.
프라보워는 지지율 80%에 육박하는 조코위 대통령의 인기를 물려받은 덕분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50%가 넘는 지지율이 나오기도 해 오는 14일 대선으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결선투표로 이어질 경우 2, 3위 후보인 아니스와 간자르가 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오는 6월 결선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선거의 관건은 누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달렸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40세 미만이기 때문이다.
각 후보는 대규모 소셜미디어(SNS) 전담팀을 운영하며 이들을 겨냥한 각종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젊은 세대 상당수는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 부통령에 출마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면서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서 기브란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전 인구의 88%에 이르는 무슬림도 핵심 세력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두 무슬림 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와 무하마디야는 회원 수만 8천만명이 넘는다.
기호 1번인 아니스는 NU계열 최대 이슬람 정당인 국민계몽당(PKB)의 무하이민 이스칸다르 대표를 러닝메이트로 삼고 있어 탄탄한 무슬림 지지층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역별로는 1억1천500만명의 유권자를 보유한 자바섬이 핵심이다. 아니스는 자바섬 내 자카르타 주지사를 역임했고, 간자르는 중부 자바 주지사 출신이다.
◇ 프라보워·간자르 ‘조코위 정책 계승’ vs 아니스 ‘수도이전 재검토’
공약 면에서는 현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프라보워, 간자르 후보와 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아니스 후보로 양분된다.
가장 큰 쟁점은 수도 이전 이슈다.
조코위 대통령은 가라앉고 있는 자카르타를 대신해 칼리만탄섬으로 수도를 옮기겠다고 공언한 뒤 신수도 누산타라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장 올해 8월 17일 독립기념일에 대통령궁을 이전하는 등 주요 부처 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프라보워와 간자르는 이 정책에 동의하며 대통령이 되면 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더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한다.
반면 아니스는 수도 이전을 반대한다. 수도 이전을 결정할 때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경제 정책 면에서는 아니스가 조금 더 개방적이고 프라보워는 자국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니스는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하고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하겠다고 약속한다. 다만 부유세와 탄소세 부과 등 일부 공약은 다소 ‘좌파적 성격’을 띤다.
프라보워는 일자리 확대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제한을 검토하고, 식량과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한다. 또 무상급식 도입과 서민층을 위한 비과세 소득 한도 상향, 소득세율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여당 후보인 간자르도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들을 계승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비동맹 외교 정책을 유지한다면서도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눈에 띈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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