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며, 가려졌던 잠재력이 드러난 탓. 특히 2억8000만명의 인구에도 폐쇄적 금융환경을 고수하는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무장한 한국 금융사에 매력적 시장이란 평이다.
지난 26일 우리카드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으로부터 할부금융사 ‘바타비야 프로스페린도 파이낸스(PT Batavia Prosperindi Finance)’의 인수를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바타비야 프로스페린도 파이낸스는 지난 1994년 설립된 중견 금융사다. 총 자산은 약 9200만달러, 임직원 수는 약 1100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구축된 72개 영업망을 바탕으로, 할부금융과 중장비 리스사업에 강점을 보인다.
우리카드는 올해 3분기 내로 지분 인수 거래를 마무리하고, 인도네시아 법인을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6년 10월 미얀마 ‘투투파이낸스’에이은 두 번째 해외 자회사를 통해 해외 영업망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카드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인도네시아 내 우수 금융사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우리은행의 현지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의 존재가 영향을 미쳤다. 당초 우리은행은 1992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설립해 기업 금융 위주의 영업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리테일 영업 확대를 위해 2014년 소다라은행을 합병해 기업금융과 리테일금융이 결합된 사업 포트폴리오도 구축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1분기 기준 인도네시아 115개 상업은행 중 자산 순위 30위권의 중대형 은행으로 성장한 데 이어 현지 매체가 주관한 우수은행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소다라은행은 현지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태블릿을 활용한 개인대출 취급 프로세스 디지털화,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비대면 대출 등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이전부터 파악, 아낌없이 투자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 ‘KB부코핀은행’역시 인도네시아 내 자산 규모 19위의 중대형은행으로 알려졌다.
특히 KB부코핀은행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지난해 2725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할 만큼 경영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순손실 규모가 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가량 축소되는 등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 중심에 3차례에 걸쳐 8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KB국민은행이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SOHO, 기업금융, 리테일 등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노하우 및 선진화된 디지털 역량을 접목 시켜 KB부코핀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KDB산업은행이 인도네시아 종합금융사 ‘티파 파이낸스(Tifa Finance)’를 인수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 속 실사와 협상이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약 8개월 간 협상 끝에 인수를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파 파이낸스는 1989년 설립된 종합금융사로, 기업대출, 리스금융, 할부금융 등 다양한 금융 업무를 영위하고 있다. 특히 일반 금융상품을 이슬람 율법에 맞게 재구성한 ‘샤리아 금융’도 취급하고 있어, 인수 전부터 기업금융에 특화된 산업은행과 높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인수는 정부 신남방정책에 맞춰 경제발전기인 인도네시아 내에 기업금융 및 인프라 개발 금융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동남아 시장 전체의 잠재력이 높은 만큼, 향후 동남아 전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여기에 신한·하나은행을 비롯, 국내 6개 증권사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상태다.
이같은 한국 금융사의 공격적인 인도네시아 진출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한 시도다.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8000만명으로 세계 4위다. 또한 2017년 기준 평균 연령이 29세일 만큼 젊은 국가다. 하지만 1억명 이상이 은행 계좌가 없는 만큼 금융 서비스 이용 비중도 낮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이슬람 율법에 따른 샤리아 금융을 비롯해 다소 폐쇄적인 금융환경과, 1만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지형적 특성 등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이 대안으로 꼽히며, 해당 부문에 강점을 띈 국내 금융사들에게 매력적 시장으로 꼽힌다.
수완디 위라트노 인도네시아금융기업협회장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데는 인도네시아의 인구가 많고, 개발 여지가 많아서 대출과 신용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GlobalEcono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