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큰손들의 시선이 인도네시아를 향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기술 스타트업으로 약 82억달러(약 9조원)의 자금이 몰려들었는데 이 중 70%가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국내 투자사들도 인도네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초기 창업 단계를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퓨처플레이가 대표적이다. 2013년 출범해 약 15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퓨처플레이는 한국 너머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며 올해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발 디디려 한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퓨처플레이 본사에서 만난 퓨처플레이 동남아시아 사업 총괄 진승훈 리드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큰 시장 규모와 경제적 역동성, 그리고 MZ세대가 중심이 되는 인구 구조를 꼽았다.
진승훈 리드는 “결국 한국은 시장 한계가 있고 더 큰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아시아인데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를 갖췄고, 2050년까지 가장 크게 성장할 나라로 꼽힌다”며 “또 MZ세대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인구 구조상 젊다는 점도 앞으로 성장할 동력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 MZ세대가 중심인 인도네시아…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성장 중
2억7352만명. 지난해 인도네시아 인구다. 세계 4위 규모로 동남아 지역에서는 가장 큰 국가다. 또 인구의 절반 이상이 MZ세대다. 전체 평균 연령은 29세로 젊다. 인도네시아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71.9%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63%는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배경이다. 특히 향후 10년 간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할 Z세대가 전체 인구 중 27.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혁신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젊은 세대들은 해외로 진출해 영향을 받고 돌아와 창업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진승훈 리드는 “미국에서 큰 혁신이 일어나고, 한국과 일본 같은 경우 R&D 수준이 높은데 이런 영향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같다”며 “인도네시아 데카콘 스타트업 고젝도 하버드 출신 창업자”라며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시장이 확대되는 흐름에 대해 짚었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인도네시아 출신 퓨처플레이 인턴 티요씨(25세)도 비슷한 사례다. 2년 전 한국에 들어와 서울대 재료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티요씨도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Z세대다. 티요씨는 “신재료 분야를 공부하면서 사업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 퓨처플레이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진승훈 리드는 “Z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디지털 환경을 태어날 때부터 경험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다 보니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바로 해결하려는 특징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난다”며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환경 변화 주도할 수 있는 세대이고 이 세대들을 집중해서 보면 앞으로 시장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기존 인프라 불편 딛고 등장하는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스타트업은 기존 환경의 불편함을 딛고 성장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진승훈 리드는 “인도네시아는 지속해서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해결할 문제가 많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이 많다는 의미로, 대표적인 선수인 고젝도 교통 불편 때문에 빠르게 성장했고 이 같은 사례와 환경이 인도네시아가 가진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크고 특히 오토바이 기반 서비스가 많다”며 “섬나라라는 특징 때문에 이동과 물류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이슈이며 모빌리티 분야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교통 체증 문제가 크기 때문에 정부도 인프라 건설에 나서고 있는데 이 같은 영역에서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테크도 활성화된 영역 중 하나다. 계좌나 신용카드 등 기존 금융권 시스템이 불편하게 작동한 탓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티요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은데 스마트폰은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를 빨리 이용할 수 있다. 한국보다 금융 서비스 인증도 쉬운 편”이라며 “한국에서는 체크카드로 아무거나 살 수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최소 결제 금액이 있다.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1~2천원 정도 하는 음식을 먹을 때 체크카드는 못 쓰고 상대적으로 핀테크 서비스는 이용하기 쉽다”고 말했다.
진승훈 리드는 “우리나라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가 잘 돼 있어 폰으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카드로 결제하는 게 행동에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체제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면 인도네시아는 확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배우 김선호가 스타트업 모델…한류 영향도 커
한류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한국 드라마 ‘스타트업’이 인기를 끌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도 더 높아졌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배우 김선호는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주식 투자 앱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고, 이후 해당 앱은 젊은 세대 가입률이 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토코피디아’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모델로 쓰고 있다.
진승훈 리드는 “한류 어드밴티지가 생각보다 강하다. 투자사 진출 시에도 배타적이기보단 환영하는 분위기가 파트너십 관계를 가져가는 데 큰 혜택이 있다”며 “이 같은 우호적 인식이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이게 성공 여부의 기준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커머스, 핀테크, 교육, 엔터테인먼트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달 인도네시아 출장을 앞둔 진승훈 리드는 “해당 4개 분야만 보진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이점을 고려하면 패션, 뷰티 쪽도 눈여겨 볼만하고 소비가 큰 국가인 만큼 푸드테크, 아그리테크(농업+기술)도 보고 있다. 올해 최대한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