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의 이륙속도와 착륙속도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요? 이륙할 때는 날아오를 수 있는 양력(揚力lift)을 얻기 위한 속도가 필요하고, 착륙할 때는 양력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항공기의 이륙속도는 항공기의 기종과 크기, 무게, 풍향과 풍속(날씨)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항공기가 이륙할 때는 V1(이륙 결심 속도), VR(기수를 들 수 있는 최소 속도), V2(안전하게 상승할 수 있는 속도) 등 3단계로 속도를 구분합니다.

이륙 결심 속도(Decision speed) V1은 이륙 결정 속도라고도 하는데 이륙 결심 속도를 넘으면 ‘이륙 중지(RTO, Rejected Take-Off)’를 할 수 없습니다. 이륙 결심 속도로 정지 제동을 하면 활주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륙 결심 속도를 넘으면 반드시 이륙해야 하는데 이 때 기계에 이상이 있으면 일단 이륙을 하고 나서 착륙 여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이 속도는 기체의 중량이나 풍향-풍속 때문에 수치가 계속 바뀌는데 매번 운항 전에 이 속도를 계산해서 항공기의 시스템에 입력한 이후 이륙한다고 합니다. 대체로 제트기의 V1은 140~160KIAS(카아스-Knots Indicated in Air Speed), 소형 프로펠러기는 40~60KIAS 정도입니다. 카아스는 흔히 ‘노트(Knot)’와 단위를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km로 환산하면 일반 여객기로 운항되는 제트기는 260~300km/h, 소형 프로펠러기는 100~110km/h 정도입니다.

이 속도로 V1에 도달하면 조종사들은 이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한 후 이륙 전환 속도인 VR에서 기수를 들어올리고, 이륙 안전 속도인 V2에 도달해야만 정상적으로 이륙 상황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보충하면, 기체가 활주로의 표면고도 35ft(피트10.7m)에 도달하고, 이후 기수가 들린 상태에서 항공기가 점점 상승해야 정상적으로 이륙한 것으로 판정하는 것이지요.

항공기의 기종과 중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트기의 경우 보통 각 구간마다 5노트(9.26km/h) 정도의 속도차가 있습니다. 제트기의 경우 V1가 140노트라면, VR은 145노트, V2는 150노트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V1, VR, V2를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항공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용어인 셈입니다. 일반인은 V1, VR, V2를 한 단계로 묶어서 이륙속도라고 이해하면 되겠지요.

항공기의 기종과 크기, 무게, 풍향과 풍속(날씨) 등에 따라 이륙속도가 달라집니다만, 평균적으로 가벼운 동체를 가진 AN-2 프로펠러기의 경우는 시속 170~180km/h 정도여도 충분히 이륙할 수 있고 순항속도는 190km/h 정도라고 합니다.

항공모함에서 하늘로 던져지는 함재기의 경우 대부분 220~250km/h 정도의 속도로 이륙합니다. 보잉(B)747 등의 대형 항공기들은 덩치가 큰 만큼 더 높은 속도가 필요합니다. 최소 270~350km/h의 속도가 필요합니다. 물론 그 날의 탑승객 수와 기후 등에 따라 이륙속도는 달라져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수퍼카나 F1 자동차들도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자동차들은 날기 위한 것이 아닌 땅위를 달리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서 자동차들은 양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프레임을 설계합니다. 양력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지 않는다면 1톤 내외에 불과한 자동차는 수시로 전복되고 말겠지요.

이륙속도 만큼 중요한 것이 착륙속도입니다. 항공기의 기종과 무게 등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기는 100노트(185km/h), 중소형기는 130노트(241km/h), 중형기는 135노트(250km/h), 대형기는 140노트(259km/h), 초대형기는 145노트(269km/h) 정도입니다.

너무 느리면 양력을 못받아 추락할 가능성이 높고, 너무 빠르면 착륙 때 충격이 너무 커 기체가 견디지 못하고거나 제동거리가 늘어나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공항에서 낮게 날면서 아주 느릿하게 착륙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안떨어지고 용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동차의 최고속도 이상으로 하늘을 달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기사.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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