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트럼프 32% ‘관세 폭탄’에 맞서 경제수장 급파… 총력 외교전 돌입

인도네시아 관세 협상 대표단과 미국 재무부 회담. 2025.4.25

8월 1일 발효 앞두고 경제조정장관 워싱턴행… BRICS 활동에 ‘반미 관세’ 이중 압박 우려

(자카르타=한인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장관을 협상 대표로 미국에 급파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오는 8월 1일부터 자국산 제품에 32%의 수입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미국의 발표에 다소 늦게 대응에 나선 모습이지만, 정부는 양국 간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외교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사례와 브릭스(BRICS) 회원국 활동에 대한 추가 관세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제 사령탑의 긴급 출동… “협상 시간 벌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은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협상단 대표로 미국 워싱턴 D.C.로 향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하산 나스비 대통령궁 공보실장에 따르면, 아이르랑가 장관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25 브릭스 정상회의’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을 수행한 직후 곧바로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는 사안의 시급성을 반영한 긴급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대미 협상 실무팀은 이미 워싱턴 D.C.에 도착해 장관의 합류를 기다리며 사전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산 실장은 “당초 7월 9일로 예정됐던 관세 부과 시점이 8월 1일로 연기되면서, 우리에게 협상할 수 있는 소중한 추가 시간이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의 오랜 우호 관계는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자본”이라며 외교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32% 고율 관세의 배경과 트럼프의 ‘조건부 제안’

미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상호관세 무역 서한

이번 관세 분쟁의 발단은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공식 서한을 보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무역 장벽을 해소할 경우, 고율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1일부터 인도네시아산 수입품 전반에 32%라는 높은 세율의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 산업인 섬유, 신발, 가구, 전자제품 등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치로, 인도네시아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무 협상 착수… “외교적 공간은 여전히 존재”

아이르랑가 장관의 도착에 앞서, 하리오 리만세토 경제조정부 대변인이 이끄는 실무 협상팀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 공식 회담에 돌입했다. 하리오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대응하고 협상할 기회가 남아 있다”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공간은 아직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관세 부과가 국내 수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외교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속한 조치를 통해 경제 안정을 유지하고,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관세 결정이 재검토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한 선례를 감안할 때,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BRICS’라는 또 다른 변수… 10% 추가 관세 위협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2025년 7월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25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궁 BPMI Setpres)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브릭스 그룹의 ‘반미(Anti-American)’ 정책을 지지하는 국가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아이르랑가 장관이 프라보워 대통령을 수행해 참석한 행사가 바로 브릭스 정상회의였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입장은 한층 더 난처해졌다.

현지 유력 매체 ‘콤파스(Kompas)’는 “브릭스 회원국인 인도네시아는 이번 트럼프의 추가 관세 위협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이번 대미 협상이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지정학적 딜레마까지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자국산 제품에 대한 32%의 보편적 관세와 브릭스 회원국으로서의 활동에 따른 10% 추가 관세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아이르랑가 장관을 필두로 한 협상단이 이 두 가지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따라 인도네시아 경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 결과가 프라보워 신정부의 경제 안정과 향후 대미 관계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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