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KS 10 손민지
식물 잔해나 식물체가 지하에 매몰되지 않고 배수와 통기가 불량한 습지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수세기 동안 머물 때 형성되는 퇴적물을 ‘이탄’이라고 한다. 이탄이 수천 년 동안 퇴적되어 형성된 토지를 이탄지라고 한다.
이탄지는 일반 토양보다 탄소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어 지구의 탄소 저장고로서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은 호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이탄지는 물에 잠겨 있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호기성 미생물에 의한 분해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천 년 동안 쌓인 식물들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가 방출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이탄지는 수마트라 호랑이, 오랑우탄 등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로서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에코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는 전 세계 열대 이탄지의 47%에 해당하는 2천만 ha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농업 생산량 증가를 위한 농지 확보 차원에서 이탄지의 물을 빼고 불을 질러 개간하는 화전 농업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탄지의 화재는 석탄이 탈 때와는 달리 짙은 연무를 발생시키며,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불완전 연소로 인한 일산화탄소 같은 유독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가시거리 감소로 항공기 결항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탄소를 품고 있던 이탄지가 탄소 저장고가 아니라 탄소 배출원이 되는 셈이다.
2015년 수마트라 섬과 깔리만탄 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서울 면적의 42배에 달하는 열대우림과 이탄지가 훼손되었으며, 약 1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화재로 인해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인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심지어 태국과 필리핀까지 연무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이탄지 보호는 단순히 인도네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아줄 탄소 흡수원을 지키는 일이므로 전 세계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림청은 인도네시아 잠비주에서 축구장 280개 면적에 해당하는 이탄지 200ha를 대상으로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건조한 이탄지를 재습윤화하여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고, 이탄지에서 자생할 수 있는 수종을 심어 생태계 복원에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추가로 약 1,200톤의 탄소를 흡수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사업지 인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이탄지의 중요성과 관리 방안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센터를 조성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탄지 보호 필요성 등 인식 개선 교육을 통해 자발적인 이탄지 보호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이탄지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화전을 하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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