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초청한 베트남에 뿔난 美 “침공 홍보할 멍석 깔지마”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하노이로 초청한 베트남에 쓴소리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베트남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곧 이뤄질 푸틴의 베트남 방문이 베트남과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어떤 나라도 푸틴에게 침략 전쟁을 선전할 멍석을 깔아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잔학행위를 정상화하는 것을 허용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방북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다음으로 오는 19∼20일 베트남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은 19일부터 이틀간 하노이에 체류하면서 최근 새로 선출된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을 비롯한 고위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수락하면서 성사된 푸틴 대통령의 하노이행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베트남의 러시아를 향한 충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논평했다.

베트남은 서방의 주도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6일까지 이틀간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그 대신에 지난주 초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는 외무차관을 보낸 바 있다. 브릭스는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2006년 창설된 신흥 경제국 모임이다.
미 대사관 대변인은 또한 “푸틴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면, 이는 러시아의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명백한 국제법 위반에 눈 감을 수 없다”며 “전쟁 범죄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자행한 전쟁 범죄 책임을 물어 작년 3월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다만, 베트남과 러시아, 미국 모두 ICC 회원국은 아니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작년 9월 베트남을 방문해 ‘투자·혁신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작년 9월 베트남을 방문해 ‘투자·혁신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트남 외교부는 이번 일과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베트남의 또 다른 핵심 경제 파트너인 유럽연합(EU)은 푸틴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U는 하지만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EU 특사와의 회동을 연기한 베트남 정부의 결정에 대해 지난 달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베트남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푸틴의 방문 준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베트남 입장에서 푸틴 대통령의 자국 방문은 “베트남이 특정 강대국 편을 들지 않는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을 추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각각 작년 9월과 12월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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