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

송현수 / JIKS 10
인도네시아의 24살 여성 시티는 한 남성과 교제하던 중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가 됐다. 리벤지 포르노란 당사자의 동의 또는 인지 없이 노골적인 성적 자료를 유포하는 것을 뜻한다.
교제를 시작했을 때, 시티의 전 남자친구는 너그럽고 세심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는 관계를 이어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시티는 그를 향한 두려움 때문에 개명까지 했다. 지난해 시티가 그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자, 남자는 시티의 사적인 성적 이미지를 SNS에 게시했다.
일부 국가에서 리벤지 포르노는 범죄로 여겨지며 법은 피해자를 보호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시티와 같은 피해자들이 정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포르노그래피법과 전자정보거래법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대부분인 국가이며, 섹슈얼리티 또는 혼전 성관계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포르노그래피법은 “고의로 또는 동의 하에 포르노 콘텐츠의 대상 또는 모델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적인 용도로 찍은 성관계 동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2019년에는 한 여성의 성관계 테이프가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사자인 여성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며, 이후에 해당 판결에 대한 항소는 기각되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
인도네시아 국가여성폭력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인도네시아에서는 1,425건의 온라인 성폭력 사례가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여러 미신고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범죄자가 될 것을 두려워해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그들이 초안을 작성한 성폭력 근절법안을 통해 피해자들이 더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근절법을 집행해 ‘피해자가 사건의 증거를 찾도록 책임지우는 것’,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이 용인 가능한 형태의 증거가 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가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이 이 법안이 비혼 성관계를 용인하고 진보적인 페미니스트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