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주사, 아무나 맞아도 될까?…한국 5년간 이상사례 5배↑

친구들과 키를 재는 아이들(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처방 건수 3.5배 증가…전문가 “부작용 우려해 건강한 아이에게 권고 안 해”

한국에서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맞고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전문가들은 성장 호르몬 주사제는 의학적으로 성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으로, 미용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건수는 2022년 19만1건으로, 2018년(5만5천75건)의 3.5배였다고 연합뉴스는 인용했다.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처방된 성장 호르몬 주사제는 69만5천503건이었다.

이중 상급종합병원 처방 건수가 49.5%(34만4천193건)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 35.5%(24만6천624건), 병원급 10.2%(7만1천89건), 의원급 4.8%(3만3천597건) 순이었다.

의원급 처방 건수는 가장 적었지만, 2018년 1천641건에서 2022년 1만871건으로 6.6배로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10∼14세 처방이 55.1%(38만3천331건)로 가장 많았다. 5∼9세 40.0%(27만8천355건), 15∼19세 2.7%(1만8천883건), 5세 미만 2.1%(1만4천934건)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처방 건수는 전체 27.7%(19만2천497건)로 가장 많았다. 경기 18.7%(13만234건), 대구 13.8%(9만6천127건)가 뒤를 이었다.

의료기관 종별 소아성장약품 처방 건수 현황(2018∼2023년 6월)
의료기관 종별 소아성장약품 처방 건수 현황(2018∼2023년 6월) [신현영 의원실 제공]

 

성장 호르몬 주사제 처방이 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신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20건이던 보고 건수는 2022년 1천604건으로 5배로 늘었다. 201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보고된 이상 사례는 총 5천368건이다.

이상 사례로는 ▲ 전신 장애 및 주사 부위 출혈·통증 ▲ 두통·어지러움 등 신경계 장애 ▲ 구토·상복부 통증·오심 등 위장관 장애 ▲ 두드러기·가려움증·발진 등 피부조직 장애 등이 주로 보고됐다.

다만 식약처는 이러한 부작용과 성장 호르몬 주사제와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장 호르몬 주사제는 성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쓰는 치료제라며,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에게 투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신충호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서울대병원 유튜브 채널에서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도 여성의 키가 142㎝ 정도밖에 되지 않는 터너증후군과 같은 질환이 있는 아이가 부작용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것”이라며 “건강한 아이에게 성장 호르몬 치료를 고려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일부 성장클리닉에서 성장 호르몬 주사가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지면서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현장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통해 의료 남용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