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왕에 이어 총리도 네덜란드인들이 과거 식민지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 당시 저지른 폭력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18일 안타라통신과 외신들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945∼1949년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 당시 네덜란드군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뤼터 총리는 “전쟁 당시 네덜란드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극도의 폭력을 저질렀고, 이전 내각들이 일관되게 이를 외면한 점에 대해 오늘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뤼터 총리의 이번 사과는 네덜란드 정부 지원으로 3개 역사 연구소가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당시 상황을 조사한 결과 발표와 함께 이뤄졌다.
연구팀은 네덜란드군이 극단적인 폭력을 광범위하게 저질렀고, 이를 네덜란드 정부가 묵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전쟁 당시 네덜란드군이 인도네시아에서 초법적 처형, 학대와 고문, 비인간적 구금, 집과 마을의 방화, 재산과 식량 절도 및 파괴 등 빈번하고 구조적 폭력을 자행했으며 시민들을 무작위로 체포·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네덜란드군이 전쟁 당시 산발적 폭력만 가했고, 정당하게 행동했다’는 네덜란드 정부 입장을 뒤집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재향군인 협회, 참전용사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배와 독립전쟁 시절 과거사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사과와 청산 작업을 이어왔다.
34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은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1942년 점령했다가 1945년 물러가자, 재점령하려는 네덜란드와 5년간 독립투쟁을 벌였다.
당시 네덜란드군은 독립운동을 저지하고 지도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
1947년에는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라와게데 마을 주민 430여명(네덜란드 주장 150명)을 학살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1년 인도네시아 라와게데 학살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유족들에게 희생자 1인당 2만 유로(2천700만원)씩 배상금을 지급했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군이 1946∼1947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서 주민 4만여명(네덜란드 주장 5천명)을 즉결처형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소송을 제기한 유족 10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은 2020년 3월 10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과도한 폭력을 당한 데 유감과 사과를 표하고 싶다. 과거의 역사는 지울 수 없고, 다음 세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은 지난주부터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을 회고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