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정보통신부, 싱가포르 측 ‘인터넷망 차단’ 위협에 강력 경고… “싱가포르 연결성 80%도 마비될 것”

인도네시아 디지털통신부(Menkomdigi)의 무티아 하피드(Meutya Hafid) 장관은 청소년 도박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6.5.13

– 메우티아 하피드 장관, 캘빈 쳉 전 싱가포르 의원의 도발적 발언에 공식 대응
– “싱가포르행 해저광케이블 대부분 인니 영해 통과… 상호 의존성 직시해야”
– 인니의 거대 디지털 시장 규모 강조하며 ‘디지털 인프라의 무기화’ 경계 및 상호 보호 촉구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간의 에너지 공급 문제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디지털 인프라 영역으로 번진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싱가포르 일각에서 제기된 ‘인터넷 회선 차단’ 위협에 대해 단호하고도 논리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양국의 디지털 연결망이 상호 밀접하게 얽혀 있는 만큼, 일방적인 차단 조치는 싱가포르에게도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우티아 하피드(Meutya Hafid)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디지털부(Menkomdigi·멘콤디기) 장관은 최근 캘빈 쳉 언 리(Calvin Cheng Ern Lee) 전 싱가포르 의원이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회선 차단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메우티아 장관은 인도네시아 대중에게 감정적으로 동요하거나 분노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위치와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가 쥐고 있는 전략적 우위를 상기시켰다.

■ “싱가포르행 해저케이블, 인니 영해 거쳐야… 차단 시 싱가포르 용량 80% 마비”

메우티아 장관은 지난 2026년 10월 27일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해저광케이블(SKKL)의 물리적 경로가 지닌 전략적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상륙하는 국제 해저광케이블의 대다수가 인도네시아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가 이번 논란에 대해 감정적으로 분노할 필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싱가포르에 도달하는 해저광케이블은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며, 그 경로의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영해를 지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해당 케이블 경로에 물리적인 차질이 빚어지거나 고의적인 차단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인도네시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우티아 장관은 “만약 해저케이블이 절단되거나 고의로 차단된다면, 싱가포르가 보유한 전체 인터넷 연결성 용량의 약 80퍼센트 역시 즉각적으로 마비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의 데이터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기반이 되는 물리적 인프라는 인도네시아의 영해 안정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 “인니는 싱가포르 47배 달하는 거대 시장… 빅테크 투자 유인책의 핵심”

해저케이블의 지리적 이점 외에도 메우티아 장관은 동남아시아 기술 생태계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압도적인 디지털 시장 규모를 또 다른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술 기업(빅테크)들이 궁극적으로 타깃으로 삼는 소비 시장은 바로 인도네시아라는 분석이다.

메우티아 장관은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싱가포르의 47배에 달하며, 현재 무려 2억 6,700만 명의 국민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활발히 데이터를 소비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디지털 인구 규모를 배제할 경우, 싱가포르 내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투자 지속성 역시 심각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장관은 “만약 인도네시아라는 거대한 시장 수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기술 기업의 투자자들이 싱가포르를 떠날 잠재적 위험이 매우 크다”고 역설하며, 양국의 디지털 경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임을 분명히 했다.

■ 에너지 갈등에서 촉발된 SNS 설전… “디지털 인프라, 상호 위협의 도구 돼선 안 돼”

이번 외교적·기술적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26년 10월 25일 캘빈 쳉 전 싱가포르 의원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calvinelcheng)에 게시한 한 장의 인포그래픽에서 비롯됐다. 해당 자료는 인도네시아의 국제 인터넷 트래픽 중 약 90퍼센트가 싱가포르를 경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명하며,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인터넷망 접근이 싱가포르라는 거점에 깊이 의존하고 있음을 부각했다.

문제는 쳉 전 의원이 이 인포그래픽을 공유하며 “Cut?(차단?)”이라는 도발적인 단어를 덧붙이면서 불거졌다. 특히 이 게시물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싱가포르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 일부를 감축하기로 결정한 이후, 양국의 에너지 관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올라와 파장을 키웠다. 에너지 공급 감축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싱가포르가 인도네시아의 인터넷망을 차단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되면서 양국 소셜 미디어상에서 격렬한 논쟁이 촉발된 것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쳉 전 의원은 이후 후속 게시물을 통해 “싱가포르는 국제법을 존중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러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메우티아 장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간 핵심 기반 시설을 볼모로 한 소모적인 위협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국가 간 통신망은 어느 한쪽의 무기가 아니라, 공동의 협력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메우티아 장관은 “우리는 편협한 사고에 갇혀서는 안 된다”며, “디지털 인프라는 상호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선 안 되며,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두 국가의 이익뿐만 아니라 글로벌 연결성의 안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함께 보호해야 할 부문”이라고 강조하며 성명을 마무리했다. 이번 사태는 자원 민족주의와 디지털 주권이 교차하는 현대 국제 정세 속에서, 인접국 간의 인프라 상호 의존성이 어떻게 외교적 지렛대로 작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