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살아간다는 건
겨우내 목마른 버들가지
켜켜이 쌓인 냉기
녹아 흐르는 개울에
시린 발 담그고
따스한 하얀 솜 꽃 피워 올리는 것
살아간다는 건
하루에도 열댓 번씩 바뀌는 하늘
끝없이 쏟아내는 빗줄기에
뽀얀 얼굴 퍼렇게 멍들어가도
햇살의 단 내음 흠뻑 받고
빨갛게 물들일 모습 그리며
나뭇가지 부여잡고 기도하는 사과 열매 같은 것
살아간다는 건
송진 내 나는 가을꽃
쇠약해진 햇살의 지친 심장 꺼내
그 붉은 생채기 하얗게 피우고
된서리에 몸 떨다 꽃잎 떨구고도
서설 등에 지고 초록으로 짙어가는 것

 

시작 노트:

김현숙 시인이 삶을 대하는 명상록을 소개합니다. 대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지 누구나 생각하지만 쉽게 답하지 못하는데, 시인은 시로서 궁극의 질문에 다가섭니다. 김현숙 시인이 들려주는 삶이란 “따스한 하얀 솜 꽃 피워 올리는 것”이고 “나뭇가지 부여잡고 기도하는 사과 열매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또 “서설 등에 지고 초록으로 짙어가는 것”이기도.

소개해 드린 시는 곧 출간을 앞둔 「최장오, 김현숙」 공동시집 <아데니움, 그 사랑 이야기>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시처럼 짙은 초록의 삶을 기도합니다. 글: 김주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