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니 투자청(다나타라), 국영기업 생태계 52% 적자… 연간 직접 손실만 23조 루피아 달해
– 계층형 다중 거래로 인한 비효율 비용도 연 31조 루피아… 부채·소송 등 고질적 병폐 심각
– 2030년까지 법인 수 80% 이상 감축하는 ‘5개년 로드맵’ 가동… 병원·호텔·보험 등 대통합
– 초기 구조조정으로 세멘 인니·텔콤 등 수익성 급증… 올해 순이익 360조 루피아 달성 목표
인도네시아 국영기업(BUMN) 생태계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전체 국영기업의 절반 이상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며 매년 막대한 국부를 유출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다. 인도네시아 투자청인 다나타라(Danantara)는 비대해진 조직을 과감히 도려내고 중복 사업을 통폐합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로드맵을 발표하며 국가 경제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 국영기업 52%가 적자… 배당금 97%는 단 8개 기업에 의존
지난 2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센트럴 페어몬트 호텔에서 개최된 ‘2026 다나타라 기술 혁신 투자 포럼(Danantara Technology Innovation Investment Forum 2026)’에서 도니 오스카리아(Dony Oskaria) 다나타라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국영기업 규제청장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들의 충격적인 재무 실태를 공개했다.
도니 COO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다나타라 산하 국영기업 생태계에 속한 1,074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52%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적자 기업이 내는 연간 총손실 규모는 약 15억 달러, 현지 통화로 약 23조 루피아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익 구조의 극단적인 불균형이다. 대다수 기업이 손실을 기록하다 보니, 국고로 귀속되는 전체 국영기업 배당금의 97%가 단 8개의 우량 국영기업으로부터만 창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니 COO는 포럼 기조연설에서 “관리자 입장에서는 1,074개의 방만한 기업을 거느리는 것보다 핵심적인 8개 기업만 집중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전체 기업의 과반이 매년 23조 루피아에 달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은 개혁의 배경을 설명했다.
■ ‘다중 거래’와 ‘중복 투자’가 부른 연간 35억 달러의 누수
표면적인 적자 외에도 국영기업 내부의 기형적인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은 또 다른 비용 누수를 낳고 있다. 도니 COO는 비대한 조직 구조와 자회사 간의 불필요한 다중 거래(계층형 기업 구조)로 인해 연간 최대 20억 달러(약 31조 루피아) 규모의 잠재적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적자(15억 달러)와 비효율로 인한 손실(20억 달러)을 합치면, 부실 기업을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만으로도 매년 35억 달러를 즉각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다수의 국영기업들은 핵심 역량과 무관하게 유사·중복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왔다. 현재 국영기업들이 운영 중인 시설만 해도 호텔 1,200개, 병원 60개, 보험사 16개, 투자회사 5개에 달한다. 이들은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각자의 법인 테두리 안에서 내부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영 석유가스공사인 페르타미나(PT Pertamina)의 과거 하류(downstream) 부문 구조다. 페르타미나는 과거 산하에 파트라 니아가(유통), 킬랑 페르타미나 인터내셔널(정유), 페르타미나 인터내셔널 시핑(해운) 등 3개의 자회사를 두었다.
도니 COO는 “상위 부문인 파트라 니아가의 제품을 자회사인 해운사가 운송하면서, 실제로는 민간 선박을 용선해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스스로가 내부 거래 이익을 챙겼다”고 꼬집었다. 국영 통신사 텔콤 인도네시아(PT Telkom Indonesia) 역시 자회사마다 파편화된 네트워크 상품을 보유하며 비효율을 자초했다.
여기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누적 부채와 계열사 간 얽히고설킨 1,000건 이상의 상호 부채(inter-company liabilities), 그리고 500건이 넘는 법적 분쟁은 국영기업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족쇄다. 특히 텔콤 인도네시아의 경우 단일 기업으로 무려 157건의 소송에 휘말린 바 있어, 법적 리스크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 ‘1,074개→200개’… 2030년 목표 고강도 구조조정 로드맵 가동
다나타라는 이러한 구조적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추진될 ‘5개년 국영기업 전환 로드맵’을 전격 발표했다. 핵심은 철저한 ‘슬림화’와 ‘전문화’다.
로드맵에 따르면 다나타라는 현재 1,074개인 법인 수를 2030년까지 약 200개로 대폭 축소한다. 이를 위해 가망이 없는 213개 기업은 즉각 청산 절차를 밟고, 15개 기업은 재무 건전성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비핵심 사업군에 속한 280개 기업은 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산업별 통폐합 작업도 구체화됐다. 파편화되어 있던 의료 부문의 60개 병원은 단일 법인 산하로 통합되며, 호텔 부문 역시 120개 주요 호텔을 하나의 전문 관리 기업 밑으로 재편한다. 금융 부문에서는 난립하던 16개 국영 보험사를 생명보험, 손해보험, 신용보험 등 각 분야에 특화된 3개 대형사로 통폐합하고, 국영 증권사들 역시 합병을 통해 최종 2개 회사만 남길 방침이다.
다나타라의 칼날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다나타라는 이미 364개 기업을 폐쇄하거나 통폐합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말까지 총 750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 가시화되는 개혁 성과… “올해 순익 360조 루피아 달성할 것”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은 벌써부터 극적인 재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재편과 비용 절감을 단행한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국영 시멘트 기업인 세멘 인도네시아(Semen Indonesia)는 구조조정 이후 순이익이 무려 427% 폭증했으며, 방만한 자회사 정리에 나선 텔콤 인도네시아 역시 순이익이 233% 급증했다. 페르타미나는 문제로 지적됐던 3개 하류 부문 자회사를 합병한 결과, 불과 6개월 만에 최대 1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인프라 부문인 공항 운영에서도 혁신이 일어났다. 터미널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상업 시설을 강화한 결과, 소매 및 부동산 등 비항공(non-aeronautica) 부문의 매출 비중이 기존 15%에서 30%로 두 배 뛰었고, 승객 1인당 평균 지출액(passenger spend) 역시 50% 이상 상승했다.
도니 COO는 “전환 작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인도네시아 국민의 자산인 국영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개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나타라는 하드웨어적 구조조정에 이어 향후 인적 자원의 질적 향상, 조직 문화 개선, 기술 혁신 및 사업 다각화 등 소프트웨어 개혁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나아가 재무 구조가 탄탄해진 우량 국영기업들은 2029년에서 2030년 사이 증시 상장(IPO)을 추진해 시장의 평가를 받게 할 예정이다.
한편, 자체적인 투자 재원을 국영기업의 배당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다나타라는 이번 구조조정을 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다. 다나타라는 올해 국영기업 전체 목표 순이익을 360조 루피아로 설정했으며, 이 중 최소 200조 루피아를 배당금으로 확보해 국가 미래 전략 산업에 재투자한다는 복안이다.
도니 COO는 “올해 목표 순이익 360조 루피아 달성을 통해 국영기업이 국가 재정의 부담이 아닌,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엔진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번역부,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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