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 10 / 강주영
판차실라(Pancasila)는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국가 이념이자 국가의 기초를 이루는 정신적 기반이다. 인도네시아가 내리는 모든 결정과 정책의 근본적인 기준이 되며, 동시에 인도네시아 국민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대표한다.
‘판차실라’라는 단어는 고대 인도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했으며, ‘판차(Panca)’는 ‘다섯’, ‘실라(Sila)’는 ‘원칙’ 또는 ‘기본’을 뜻한다. 즉, 판차실라는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판차실라는 각각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상징물과 함께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Ketuhanan yang maha esa. (전능하신 신에 대한 믿음)
Kemanusiaan yang adil dan beradab. (정의와 문화적인 인간성)
Persatuan Indonesia. (인도네시아의 통합)
Kerakyatan yang dipimpin oleh hikmat kebijaksanaan dalam permusyawaratan perwakilan. (합의제와 대의제를 기반한 민주주의)
Keadilan sosial bagi seluruh rakyat Indonesia. (인도네시아 국민을 위한 사회 정의)
첫 번째 원칙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종교 간 상호 존중과 평화를 강조한다. 누구든 자신의 신앙을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으며, 타인의 종교나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바탕으로, 모든 인종, 종교, 문화, 성별을 차별 없이 대하고 서로 사랑과 연대를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세 번째 원칙은 국민 모두가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보다 국가의 통합과 안녕을 우선시해야 함을 뜻한다.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 속의 통합(Bhinneka Tunggal Ika)’ 정신을 바탕으로 하나의 국가로서 결속을 다진다.
네 번째 원칙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를 통한 협의와 토론을 통해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민주주의 원칙을 담고 있다.
다섯 번째 원칙은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등 함께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판차실라의 사상적 뿌리는 고대 인도네시아 왕국인 마자파힛과 스리위자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14세기 문헌인 ‘수타소마(Sutasoma)’에서는 ‘판차실라’가 ‘다섯 가지 윤리 규범’ 또는 ‘다섯 가지 도덕의 기둥’으로 언급된다.
또한 불교 경전에서도 ‘판차실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기본 윤리로 등장한다. 여기에는 살생 금지, 절도 금지, 부도덕한 행위 금지, 거짓말 금지, 방탕과 중독 금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을 바탕으로 1945년 인도네시아 독립 당시, 국가의 정체성과 통합을 담아낸 현대적 형태의 판차실라가 공식 채택되었다.
판차실라는 단순한 이념을 넘어, 인도네시아의 헌법과 법률의 가장 근본적인 원천이 된다. 인도네시아 헌법인 1945년 헌법(UUD 1945) 역시 판차실라의 정신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으며, 국가 운영 전반에 적용된다.
또한 판차실라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삶의 지침이자, 사회 통합과 국가 발전을 위한 실천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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