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리던 날

이은주(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꿈조차 꾸지 못한
무엇이 있다면 훨 띄어 보라며
아버지께서 주신 연 하나

노을이 지는 저녁
못다 이룬 꿈들이 고향의 박제로
물레에 감겨 연줄로 남아있다

날고 싶은 날,
고향에 닿을 수 없는 마음은
한 올 가느다란 생명줄 아슬아슬하게 잡고
하늘로 오르며
가볍게 올려다본 하늘은
푸른 달빛 속 바람 불던 유년길

꿈을 잃어버렸던 저녁이
아직도 허공을 맴돌고
갈래갈래 마음 길을 더듬다가
이룰 수 없는 꿈 한 자락 하늘로 높이 올라
무한 천공 작은 점은 꿈길이 되어
바람을 따라 길을 만드네

팽팽한 유년의 바람을 가르며
땅거미가 어둑하도록 연을 띄우다
보고 싶다는 맺힌 말들이 하염없이 연줄을 끊고
얼레로 돌아올 수 없는 먼 고향을 찾아간다

<시 읽기>
시인의 말에서 빌리자면, “발리의 어느 해변에서 아이들이 연을 날리는 모습”에서 시가 시작된다. 적도의 노을은 유난히도 붉고 선명하다. 한 번씩은 그 붉음이 서럽기까지도 한 날들이 많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을 날고 있는 유년 시절의 꿈이 외국에서 타향살이하는 시인의 모습 위로 오버랩 된다. 얼레로 감아둘 수 없는 그리움이, “보고 싶다는 맺힌 말들이 하염없이 연줄을 끊고/ 얼레로 돌아올 수 없는 먼 고향을 찾아간다.” 글: 김주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