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조코위) 전 대통령 시대의 핵심 국책 사업이었던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일명 ‘후쉬(Whoosh)’가 막대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국가 재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외신의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싱가포르 유력 경제지 ‘더 비즈니스 타임스(The Business Times)’는 최근 ‘중국 자금으로 건설된 고속철도가 인도네시아의 재정적 시한폭탄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는 제목의 심층 기사를 통해 후쉬 프로젝트의 재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매체는 예측을 크게 밑도는 승객 수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가 인도네시아 정부와 관련 국영기업에 막대한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따르면, 후쉬 프로젝트의 총부채는 116조 루피아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은 중국개발은행(CDB) 차입금이다.
당초 예상을 초과한 사업비(cost overrun)를 충당하기 위해 12억 달러의 추가 대출까지 발생했다. 연 3.5~4%의 이자율을 고려하면 연간 이자 부담만 2조 루피아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은 프로젝트의 최대 주주인 국영 철도공사(PT KAI)에 집중되고 있다. PT KAI는 후쉬 운영사인 KCIC의 지분 60%를 보유한 컨소시엄(PSBI)에서 58.53%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부채 문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바비 라시딘 PT KAI 사장은 국회 보고에서 이러한 부채 부담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PT KAI는 2024년에만 후쉬 프로젝트로 인해 2조 2,390억 루피아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1조 2,460억 루피아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작년에는 1조 4,550억 루피아 규모의 감채기금(sinking fund)을 적립해야만 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저조한 탑승 실적에 있다. 2023년 10월 개통 이후 2025년 중반까지 예상 누적 승객 수는 약 1,000만 명으로, 연간 목표치인 3,100만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운영 비용의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3만 8천 명의 승객이 필요하지만, 실제 평일 승객 수는 1만 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2만 5천 명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기존 교통수단보다 비싼 요금이 책정될 수밖에 없어 중산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인도네시아 정부도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 중국 측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다. 국영기업부를 겸임하는 자산관리공사 다난타라(Danantara)의 로산 로슬라니 대표는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향후 채무불이행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향후 수라바야까지 노선을 연장할 경우, 지속 가능한 자금 조달 구조 마련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의 줄피카르 라흐맛 연구원은 “이 문제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가 재정, 국영기업 실적, 나아가 투자자 신뢰도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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