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간 인도네시아의 쉘(Shell), BP-AKR 등 주요 민간 주유소에서 발생한 유류 제품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나, 정부는 수입 쿼터를 추가 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말부터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일부 쉘, BP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제품의 재고가 소진되어 디젤만 판매하는 등 파행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쉘 주유소의 경우 고급 휘발유인 V-파워(RON 95), 니트로+(RON 98) 등이 품절되었으며, BP 주유소 역시 BP 92, BP 얼티밋(RON 95) 등의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보조금 유류인 ‘퍼탈라이트’ 구매 시 QR코드 등록을 의무화하면서,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대거 비보조금 유류로 이동하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악화되자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ESDM)는 지난 9일, 국영기업 퍼르타미나(Pertamina)를 비롯해 쉘, BP, 비보(Vivo) 등 민간 주유소 사업자들을 소집해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정부는 올해 유류 수입 쿼터를 더 이상 늘릴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드위 앙기아 에너지광물자원부 대변인은 회의 직후 “올해 수입 쿼터는 이미 작년 대비 10% 증량된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쿼터 확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율리옷 탄중 에너지광물자원부 차관은 국회 보고에서 보조금 유류에서 비보조금 유류로 전환된 소비량이 약 140만 킬로리터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가 민간 주유소의 수요를 폭증시켰고, 현재의 재고 부족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입 쿼터 확대 대신, 민간 주유소들이 국영 정유사인 퍼르타미나로부터 유류를 구매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라오데 술라에만 석유가스총국장은 “퍼르타미나 정유공장에서 생산하는 유류의 규격을 민간 주유소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모두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RON 90부터 RON 98까지 각 유종별 규격이 석유가스총국장령에 명시되어 있음을 상세히 설명하며, “규격 관련 문제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가스총국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사업자들에게 퍼르타미나산 유류 구매를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즉시 발송할 계획이다. 다만 라오데 총국장은 “구매 결정은 전적으로 민간 사업자의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에너지 공급망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국영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들이 가격 경쟁력, 품질, 공급 안정성 등을 이유로 퍼르타미나로부터의 구매를 꺼릴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정부의 제안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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