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달러당 13,052 루피아 기록…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입 대체산업 육성 정책 탄력 받아

중국은 지난 2월 28일 저녁 위안화 대출 기준금리를 5.35%로, 그리고 예금 기준금리를 2.50%로 0.25%p씩 각각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경제성장율이 7%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화수 부행장/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 한인포스트 경제분야 칼럼리스트

(2015년 3월 9일)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도 7%대의 성장율을 유지하려는 중국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월 5일 열린 유럽중앙은행 ECB의 총재단회의에서는 다음 주 9일부터 투자등급의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이벤트들로 인해 미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 그리고 아시아 각국 통화의 상대적 약세가 이어졌고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1998년 이후 17년만의 최고치인 미 달러당 13,052 루피아를 기록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상대적 통화 평가절하에 힘입어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고, 수입 대체산업 육성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중국의 금리인하로 인해 향후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면서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교역하는 주요 국가들의 주가지수가 모두 상승세를 나타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월요일는 인도네시아의 2월 물가상승율이 발표되었습니다. 6.29%로 전월 6.96%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를 보였습니다. 당초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주식인 쌀 가격 상승 등으로 6.7% 수준을 예상했지만, 실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쌀가격 상승이 크지 않았고, 고추, 닭고기, 계란 등의 가격하락에 힘입어 전월 대비, 그리고 예상 대비 낮은 상승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단회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합니다. 즉, 성장기조 확대에 우호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대내외 변수를 감안하여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연속 인하할 지, 한다면 그 폭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루피아화 환율은 3월 5일 미달러당 12,990루피아로 전주 대비 미달러당 160 루피아 상승, 즉 1.23%의 평가절하를 보였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미 달러당 13,000루피아 아래를 유지했지만, 장 중에는 13,000선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3월 5일에는 미 달러당 13,000 루피아를 넘어서며, 최고 13,052.1루피아를 기록한 후 장 종료를 앞두고 겨우 13,000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원화는 3월 5일 미달러당 1,100.2원으로 마감하며 전주 대비 5.2원의 환율 상승, 즉 0.5%의 평가절하를 보이며 마감했습니다. 한국은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는 발표에 따라 오는 12일 열리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환율은 당분간 상승압력을 받으리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입과 수출 네고물량 출회 등으로 환율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월 5일 100 루피아 당 원화는 전주 대비 큰 변동 없이 8.54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10년물 국채는 3월 5일 7.27%로 마감하며 전주 대비 0.25%p 상승 마감했습니다. 주 중 7%에 근접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외국인들의 매도 움직임 등에 따라 3월 5일 하루만에0.19%p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3월 5일 전주와 같은 5,451 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거래량은 하루 평균 6조 6천억 루피아를 넘는 수준이었지만,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앙은행, 예상 환율 범위 Rp.11,875-13,125/USD
지난 한 주 루피아 환율 움직임은 미달러당 13,000루피아 뚫기 공방전을 보는 듯 했습니다. 3월이 시작되던 2일 장 중 한 때 미 달러당 13,001 루피아를 보였고, 3월 5일에는 오후까지 13,000 루피아를 상회하며 최고 13,050.1 루피아를 보인 후 장 종료 한 시간 여를 남겨두고 13,000루피아 밑으로 떨어지며 장을 마쳤습니다.

이는 1998년 8월 14일 이후 최고치를 보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만디리증권의 이코노미스트 Aldian Taloputra는 “미 달러화가 강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피아화의 평가절하에 미치는 더 큰 원인은 인도네시아 외환시장 규모입니다. GDP 규모가 미 달러화 기준 8,500억 불 규모로 세계 16위, 동남아 최대 규모임에도 금융시장 규모는 이에 상응하질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1월말 외환보유고는 1,143억 불이었습니다. 싱가폴은 2,495억 불로 훨씬 높은 수준이고, 말레이시아도 1,117억 불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루피아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Agus Martowardojo 총재는 지난 월요일, “우려할 일은 아닙니다. 중앙은행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습니다. 변동폭도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 달러화 대비 예상 변동폭은 12,500 루피아를 기준으로 3~5% 수준 즉, 11,875~13,125 루피아 사이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환율이 오르는 것, 즉 평가절하가 될 때 예상되는 효과는 어떤 게 있을까요? 당장 `98년 외환위기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급격한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표시 채무의 급증으로 기업들의 연쇄도산과 이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향후 환율변동이 앞서 아구스 총재의 설명대로 관리범위 이내에서 유지된다면, 수출증대, 수입감소를 통한 경상수지 개선 효과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확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조코위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 조화를 이루며 경제성장이라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외국인투자자금 유입 지속

최근 루피아화는 미 달러당 13,000 루피아를 넘어서는 게 아닌가 하는 모양새입니다. 환율 추이만 보면 외국인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한 주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 순유입된 외국인자금이 9천억 루피아를 넘어섰고, 올해 전체로는 11조 루피아를 초과하며 지수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채 부문에 있어서도 외국인투자자금이 올해 1조 6천억 루피아 증가를 보였습니다.

시장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루피아화 약세는 수입결제 수요, 헤징 등을 목적으로 한 내국인 투자자들의 외화 매수 등에 따른 것이지, 외국인 자금의 이탈 때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인 Chua Hak Bin은 “루피아화가 여타 아시아 국가 통화들과 함께 평가절하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넓은 시야로 볼 때 루피아화는 실질 환율을 반영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 되고 있으며,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거라는 점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향후 금리인하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화요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Mizra Adityaswara 수석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루피아화의 안정성 유지와 변동성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발언을 놓고 Maybank의 애널리스트 Saktiandi Supaat는 “루피아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제조부문의 수출을 늘리고 불필요한 수입을 억제해 경상수지 개선에 힘쓰겠다는 의중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루피아화가 1% 평가절하되면, 수출은 0.1% 늘고, 수입은 0.3% 줄어든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최근 루피아화 약세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Sofyan Djalil 경제조정부장관은 “일부에서는 미 달러당 13,000 루피아까지 상승하는 환율을 보며 1999년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상황이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여전히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걱정할 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무쪼록 정부 및 여러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루피아화 약세가 인도네시아의 경쟁력 증대에 이로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공공사업 조기 집행 추진
올해 들어서면서 조코위 대통령은 인프라 개발사업이 경제성장에 더 많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가능한 조기에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바램이 이제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 같습니다.

지난 수요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Sofyan Djalil 경제조정부장관은, “국책사업에 대한 입찰 절차가 보통 6월에서 8월경에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3월에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신속한 진행으로 기획력 향상은 물론,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자금집행이 가능해져, 경제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과거 정부사업 진행이 지연됨에 따라 예산집행율이 낮았고, 이는 전문가들로부터 성장율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질책을 듣는 원인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2014년만 하더라도 예산집행율은 84%로, 예년 수준이었던 94%에도 미치지 못했었습니다.

Bambang Brodjonegoro 재무부장관도 “각 부처에서는 올해 예산 목록에 올라 있는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이번 3월달 말까지 입찰절차를 완료해 주십시오. 개발된 전자예산시스템을 활용하시면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어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코위 정부는 유류보조금 개혁 등을 통해 200조 루피아 규모의 자금을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수정예산에서는 290조 루피아가 자본적지출 항목으로 배정되어 각 부처별 개발사업과 성장촉진을 위한 인프라 사업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움직임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에 경제변수들이 당초 예상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정부도 방향타를 잘 붙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인력부, 인니어 시험 필요성 재확인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근무 중이거나, 일할 계획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일정수준의 인니어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는 이미 수차례 언급되었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차일피일 지연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있었던 국무회의에서 Muhammad Hanif Dhakiri 인력부장관은, “외국인취업자를 위한 온라인 인니어 활용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려는 외국인들은 국가간 호혜적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도 일본이나 한국으로 떠나는 근로자들에게 해당 국가 언어를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의 경우 수년이 지나도 그저 ‘selamat pagi’ 혹은 ‘terima kasih’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걸 보게 되는데, 이는 공정한 처사로 보기 어렵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취업자 현황을 잠시 살펴보면, 2014년 68,762명으로 2013년의 68,957명, 2012년의 72,427명에 비해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적별로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의 순서입니다.

직무별로는 2014년 기준 전문직 21,751명, 고문 또는 컨설턴트 15,172명, 관리직 13,991명 등이었고, 업종별로는 무역 및 서비스업 36,732명, 제조업 24,041명, 농업 8,019명 순이었습니다. 즉, 단순 노무직 외국인 취업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미 2013년 인력부장관령을 통해 외국인취업자들로 하여금 인도네시어어 활용능력을 습득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실제 시험이 실시되기까지는 기술적인 어려움도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시험을 관장할 기관 선정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시험의 형식과 요구수준, 변별력 검증 방법 등이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취업자들로 하여금 언어 문제를 강조하는 배경으로 올해 연말 출범하게 되는 아세안 경제공동체 (AEC)와 연결해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AEC 체재에서는 역내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외국인취업자와는 성격이 다른 외국인취업자의 유입을 대비하는 게 아닌가 짐작케 하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루피아(B1orB2)(2) 루피아(B1or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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