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지향점: 현대예술의 교류

김재이 / Sinarmas World Academy, G9

한국의 민화(왼쪽)와 인도네시아의 민화(오른쪽)
한국의 민화(왼쪽)와 인도네시아의 민화(오른쪽)

과거 전통미술은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뿌리를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상징화했다. 따라서 각 공동체는 다양한 전통 예술 양식을 공동 작업하는 대신 ‘정체성’을 보존하고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형성과 함께 이러한 ‘젊은 세대를 향한 경계심’은 결국 시들해졌고,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양식을 공유하는 일은 국가 간의 교감과 친선을 나누는 방안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현대 미술의 이런 영향력은 인도네시아와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미술의 공통점

Lukisan

국제적인 교류가 부진하던 이전 시대에도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전통 미술은 주목할 만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자연’이다. 두 나라의 전통 미술은 공통적으로 자연을 통해서 평화와 사랑, 모험을 찾는 인류의 여정을 묘사한다. 인류에게 자연은 앎의 근원지이자 창조주인 셈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역사회의 교류가 활발해지며 예술 작품은 신화, 전쟁, 문화, 예술 등 더욱 다양한 주제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예술 작품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에서 파생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예술 작품에 앉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자연에서 얻는 영감 외에도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전통 예술 작품에서 문화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전통 미술은 자연뿐 아니라 인간과 인도네시아의 용이나 한국의 호랑이처럼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생물과의 공생을 묘사한다.

문화와 특별한 의식,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것을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식 예술(Ceremonial Art)이 각국의 카리스마를 대표하는 지표가 되었다면, 민속예술(Folk Art)은 춤과 마을 잔치를 통해 생활방식을 특정 짓는 정신적인 도구로 쓰였다. 민속 예술 제작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색이 주로 사용되었다. 이후 전통미술이 현대미술로 발전하면서 색채가 다양해지고 과감해졌다.

전통 예술의 하나인 민화는 한 민족이나 개인이 예부터 이어온 생활 방식을 세세하게 기록한 실용미술이다. 양 나라의 민화에는 마을 잔치나 행사 등이 묘사되었고, 오렌지 빛을 띠는 중간색이 주로 사용되었다.

가장 널리 쓰이는 현대 미술 양식은 상징성을 의미 있게 단순화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자면 감정과 의도를 담은 점 하나만으로도 예술가의 삶을 나타낼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현대미술가들은 예술을 통해 자유롭게 교감하고 소통한다. ‘비언어적 상호관계’라 일컬어지는 이러한 예술적 교류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예술가들의 ‘이 문화간 교류’로 이어진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작가들은 서로 다른 경로로 현대미술을 전파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만의 예술 기법을 방대하게 보여주는 아티스트가 있는 반면, 두 나라의 예술적 특징을 동시에 넣은 예술 작품으로 전시회를 여는 예술가들도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인도네시아 예술가들의 회고전

8월 5일부터 8월 8일까지 열린, 2021 코리아아트페어
8월 5일부터 8월 8일까지 열린, 2021 코리아아트페어

200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거장들의 작품이 경매에서 폭발적인 입찰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인도네시아 미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수하르토 시대(수하르토 대통령의 통치 시기 1965년 ~ 1998년) 이후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예술가인 Nyoman Masriadi(1973년 생) 같은 스타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인도네시아의 현대 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예술가들의 노력과 시장의 성장으로 인도네시아 미술 시장은 개성 있고 촉망 받는 예술가들의 무대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족자카르타 예술 축제의 일환으로 2008년부터 시작된 ‘ARTJOG’ 현대 미술 박람회 역시 매년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개최된다.

인도네시아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예술계는 인도네시아 고유의 미학을 알리기 위한 예술가들의 대담하고 야심 찬 발걸음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비 정부 단체나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인도네시아 예술가들은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거나 자국 내 한국 단체가 주최하는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한국문화연구포럼은 2014년 인도네시아의 한국문화원에서 ‘하모니’라는 제목의 회고전을 개최했다. 한국문화연구포럼의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 대학교인 우이대(UI, University of Indonesia)를 비롯한 현지 대학 교수 스무 명으로 구성됐다.

한국과 세계의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코리아아트페어(KOREA ART FAIR)>가 8월 5일부터 8일까지 한국의 스타필드 몰에서 개최되었다. 그 중에는 인도네시아의 유명 현대 미술가인 ‘가니레오(Ghanyleo, 본명 M. Ghany Kurniawan)’의 작품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가니레오의 예술혼은 ‘가족의 유산’이나 마찬가지다. 화가인 아버지와 무용수였던 어머니와 할머니,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예술가의 길을 택한 것은 그에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3년 동안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공부한 가니레오 작품의 색상들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CNN Indonesia, 2020)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은 그의 작품에 무한한 시공간이 깃들었다고 평한다.

현대미술의 중심 축, ‘사랑’

2021 코리아아트페어,에 전시된 가니레오의 작품 “어머니의 사랑(A Mothers Love)”
2021 코리아아트페어,에 전시된 가니레오의 작품 “어머니의 사랑(A Mothers Love)”

촉망 받는 화가이자 인플루언서인 가니레오는 세계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하나씩 공개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미술전에 가니레오의 이름이 두 번이나 등장했다.

코리아아트페어, 와 같은 미술전은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협업을 통해 배우고 서로를 격려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 가니 레오
코리아아트페어, 와 같은 미술전은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협업을 통해 배우고 서로를 격려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 가니 레오

<2021 코리아아트페어>를 마친 가니레오의 작품 ‘어머니의 사랑’은 2021년 9월 1일 – 10월 25일 대한민국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에서 열리는 제7회 거제국제미술제 “PEACE AGAIN”에 다시 전시 되었다. 그의 최근작 ‘어머니의 사랑’에는 엄숙하고 고요한 사랑이 녹아있다. 아시아 미술의 중심축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가니레오는 작품에 순결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담아낸다. 한국 무대에서 얻은 경험과 노련함은 고스란히 세련된 작품으로 이어진다.

국제 무대 경험이 많은 가니레오는 예술가와 갤러리, 박물관, 큐레이터, 후원자 간의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살아 숨쉬는 한 끝이 없을 것이라 확신이 드는 그의 여정은 이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인도네시아 무대 위의 야심 찬 한국 아티스트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된 ‘희망의 한국 민화전’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된 ‘희망의 한국 민화전’

2018년 10월 19~22일 주한충북민족미술연맹 전통예술위원회는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KCC) 갤러리에서 <희망의 한국민화전>을 개최했다. KCC의 초청에 응해 연맹 회원들은 인도네시아 예술가를 포함해 다양한 관객을 모은 민속 예술 작품 50점을 기증하고 전시했다. 전시와 함께 KCC는 관람객들에게 에코백에 모란을 그리는 체험교실을 마련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2020년 1월 7일부터 2월 3일까지 인도네시아의 국립현대미술관 마칸미술관(Macan Museum)에서 정우범 화백의 회고전 《판타지아 – Fantasia》가 열렸다. 본 회고전은 자카르타 국립현대미술관의 초대로 이루어졌다. 정 화백이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눈에 담은 야생화를 동양적 기법으로 표현한 50점의 작품에 해외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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