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집 떠났다’ 주목받지 못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송현수 / JIKS 10학년

탈가정 경험이 있거나 탈가정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청소년 성소수자 중 65%가 신체적·정서적 폭력, 전환치료 시도, 부모의 방임·무관심, 성폭력 중 최소 1개 이상의 가정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지난달 26일 ‘청소년 성소수자의 탈가정 고민과 경험 기초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2020년 7월, 띵동은 10대 때 탈가정 경험이 있는 만 24세 이하 성소수자, 그리고 탈가정을 고민하거나 계획한 청소년 성소수자를 조사했다. 총 325명을 조사했으며, 이 중 153건의 응답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응답자 중 약 42%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모에게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43%는 부모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띵동의 활동가인 아델은 이 보고회에서 “2015년 띵동이 상담을 시작한 이래 2000건이 넘은 상담 및 위기 지원 사례 중에서 정신건강(심리 문제)을 비롯해 가족과의 갈등, 가족의 학대, 탈가정 문제는 언제나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이 응당 있어야 할 곳으로 여겨지는 가족과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많은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식으로 탈가정과 탈학교를 고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 뒤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이 없고, 수많은 고민과 갈등에 부딪히는 길이지만 이때 청소년이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구할 수 있는 곳도, 곁에서 함께해줄 수 있는 사람도 참 많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의 가정폭력 피해와 탈가정 실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가기관이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해 연구를 한 것은 2006년이 마지막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들은 공적 지원시스템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충분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가정폭력이 발생한 경우에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지원과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서 가정폭력 신고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총 18명이었다. 이 중 94.4%인 17명은 신고 기관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대답했다.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한 적이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시원(가명)은 당시 “경찰관이 오히려 부모님 편을 드는 느낌이었고, 그러면서 별 심각성도 못 느끼고 제가 철이 없다는 것처럼 얘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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