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상화에도 ‘어둠의 터널’ 남아… 인니·말레이·필리핀 취약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을 맞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며 방역 대응을 실패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내년 경제 반등 상황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아직 끝나지 않았다…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
지난 27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리뷰(NAR)는 빌라하리 카우시칸 전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의 기고문을 통해 “2021년 동남아 지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내년 전망을 놓고 “상황이 개선되리라고 바라는 낙관론자들에게는 실망스럽겠지만, 실질적 변화보다는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 정도로 선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추가 유행 상황을 방지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증가한 경제적 비용의 극복하는 일이 동남아 지역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카우시칸 전 차관은 “동남아시아는 동북아시아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세를 잘 관리한 지역에 속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지에서 심각한 거버넌스(민·관을 아우르는 국가 관리 체계) 실패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사회적 피로감이 누적하고 정부의 방역 통제력이 약해진 것은 심각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신은 거버넌스 실패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백신을 보급하는 과정에서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 추가 유행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 경제 반등 당연해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극도로 취약’
실제 이달 이어지고 있는 각종 경제 전망 보고서들은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따라 경제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앞서 9월 내놨던 ‘2020~2021년 아시아 개발 전망 보고서’를 일부 수정해 발표했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45개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0.4% 감소한 후 내년 6.8%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앞서 9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Lockdown) 조치 여파로 올해 아시아 지역 경제가 60년 만에 -0.7%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일부 상향한 것이다. 내년 반등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사와다 야스유키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가 주요 위험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최근 백신 보급으로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코로나19 유행세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역별 전망치는 각국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대응 성패 여부에 따라 갈렸다.

중국과 대만의 빠른 경제 반등에 힘입은 동아시아 지역은 종전 1.3%에서 1.6%로,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도 종전 -6.8%에서 -6.1%로 상향 조정한 반면, 동남아 지역 예상치는 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9월 -3.8%에서 12월 -4.4%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동남아 지역 전망치 역시 다른 지역과 달리 5.5%에서 5.2%로 비교적 크게 낮춰졌다.

이 중에서도 올 하반기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부진이 크다. 이들 국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예상치는 각각 △-1%→-2.2% △-5%→-6% △-7.3%→-8.5%로 하향했다. 이달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6000명 사이로 가장 유행세가 심각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내년 경제 반등 전망치 역시 5.3%에서 4.5%로 내리며 큰 폭으로 깎였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영국공인회계사협회(ICAEW) 산하 컨설팅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역시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내년 경제 반등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무라증권이 발간한 2021년 아시아 전망은 “동남아 지역 전체적으로 올해 기저효과에 따라 내년 경제 성장률도 큰 반등을 기대한다”면서도 “현재 경제 회복 단계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내년 2분기 △인도네시아, 3분기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내년 4분기 등으로 각국이 역성장을 벗어나는 피벗 포인트를 설정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경우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필리핀은 정치적 리스크를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20201년 경제 전망은 동남아 지역에 대해 “경제 활동이 회복 추세지만, 경기 반등이 예상되는 내년 4분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면서 “결국 봉쇄 해제와 코로나19 사태 출구 전략의 성공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라고 언급하면서 “소비 주도의 경제 구조인 상황에서 부족한 공중보건 인프라와 실망스러운 재정 지원책 등으로 코로나19 재유행세에 극도로 취약(highly vulnerable)하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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