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국가별 화폐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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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크로나, 11.92% 최대폭 상승
– 전 세계 저금리 기조에 증시·부양책 등 다른 변수가 더 큰 영향
– 브라질 헤알과 터키 리라, 20%대 폭락하며 최악의 통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올해, 전 세계 통화 가치에도 지각변동이 일었다.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금리 차가 환율에 영향을 끼치던 기존 공식이 깨지고 새로운 변수가 급부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닛케이통화인덱스를 구성하는 25개 통화 가치를 분석한 결과, 올해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른 화폐는 12.21일 기준 스웨덴 크로나로 나타났다. 달러화 대비 크로나 가치는 올 들어 11.92% 뛰었다.

유로화는 9.12% 상승해 그 뒤를 이었다. 유로화에 연동되는 덴마크 크로네 역시 8.76% 상승했고, 스위스 프랑은 8.45% 상승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전 세계에 번지면서 국가 간 금리 차이를 활용해 환차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약달러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달러지수는 전년 대비 약 6.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무라증권의 하루이 신야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외환시장에선 금리 차를 재료로 삼는 매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증시와 경기부양책 등 다른 변수들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크로나가 지난해 5.8% 하락하며 주요 통화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는 달랐던 이유다.

어진 주가가 최근 23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JP모건체이스의 사사키 도오루 애널리스트는 “스웨덴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아 크로나가 경기 민감 통화로 여겨져 주가와 연동되기가 쉽다”고 분석했다.

유로와 덴마크 크로네, 스위스 프랑의 경우 유럽연합(EU)이 7500억 유로(약 1010조 원) 규모의 경제 회복기금을 포함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올해 내놓으면서 힘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막대한 돈이 풀리는 경기부양책은 통화 가치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유럽 경기침체 충격을 부양책이 완화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4일 영국과 EU가 미래관계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안도감도 커졌다. 타결 임박 소식이 전해졌던 당시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0.9% 상승한 1.3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최근 영국에서 변종 코로나가 발생해 다시 한번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내년 유럽통화가 강세를 이어갈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평가다. 브렉시트 합의가 마무리됐지만 이에 따른 무역 환경의 조정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통화 가치가 급락한 국가들도 있었다. 가장 크게 떨어진 화폐는 브라질 헤알로, 무려 27.46% 급락했다. 브라질은 지난주 일일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만 19만 명을 넘으며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4월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재정 부담으로 인해 추가 지급을 올해까지만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브라질 정부에 긴급지원 종료를 신중하게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러시아 루블 역시 20.43% 급락했다. 멕시코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 유출 압박에 시달리는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닛케이통화인덱스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터키 리라 가치도 28.61%나 빠졌다. 터키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10.25%에서 15%로 올린 데 이어 이번 주 다시 15%에서 17%로 인상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8%로 집계된 터키는 그간 외환시장과 물가 안정을 희생한 대신 경기 회복에 집중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은 방관했던 물가와 리라 가치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내년 가장 유망한 화폐로는 호주 달러가 꼽혔다.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애널리스트는 “구리나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계속 확인된다면 호주 달러의 시세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