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현대차 ‘새판짜기’… 첫해 빅딜·계열사 재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대 첫해부터 ‘새판 짜기’에 시동을 걸었다. 조 단위 빅딜로 ‘미래 3대 신사업’ 중 하나로 꼽은 로봇사업을 본격화하고 계열사 재편도 추진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11일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총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사들인다.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인 로보틱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자율주행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발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수합병(M&A)은 지난 10월 정 회장이 취임하고 두 달 만에 나온 ‘빅딜’이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정 회장의 선언대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회사를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10일 공개한 ‘2025 전략’에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향한 정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2025 전략에는 △전기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60조1000억원도 투자한다. UAM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UAM사업부 내에 사업 기획과 기체 개발 업무를 맡는 UAM사업추진실도 신설됐다.

계열사간 사업 교통정리도 병행되고 있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은 반도체 사업 부문의 개발 인력과 관련 자산에 대한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 가격은 1332억원이다.

현대오트론은 차량 제어용 소프트웨어, 차량용 반도체 등을 개발해 온 회사다. 현대오트론의 나머지 사업 부문은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인수한다.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현대오트론은 해산한다. 현대오토에버는 내비게이션 개발·정밀 지도 구축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도 흡수합병한다. 하드웨어(HW)는 현대모비스, 소프트웨어(SW)는 현대오토에버로 계열사가 재편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광폭 행보는 정 회장이 구상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계열사간 역할 중복을 없애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반도체 사업 인수로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와 제어기 통합형 시스템을 통합 개발할 역량을 갖췄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UAM 등에 최적화된 반도체와 제어기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하는 현대오토에버도 “IT 서비스 사업,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커넥티비티 서비스 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에 대해서도 현대차그룹은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된다”며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과 연계해 스마트 물류 로봇과 솔루션을 선보이고,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 안내·지원 역할을 하는 서비스형 로봇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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