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 재고금융 남아돈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구경북 직물 업체 상당수가 재고 체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불황 때 직물 재고 금융을 지원하고 있는 ‘직물협동화사업단’ 활용도가 예상과 달리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본적으로 재고 금융 지원에 따른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업체 스스로 원단 입출고 과정에서 노출될 회사 이미지 추락에 따른 금융권 신용 문제 등을 우려해 재고 금융 사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으로 보여지고 있다.

협동화사업단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7년에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 사단법인 직물협동화사업단의 현재 재고 금융 재원은 불과 15억 원에 불과한 데다 현재 직물 재고 금융을 지원해 창고에 보관 중인 수량은 불과 200~300만 야드 금액으로 10억 원 규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에서 차입해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금액이 전체적으로 15억 원에 불과하지만 이마저 소진이 안 돼 5억 원 규모는 남아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7년 출범 후 밀라노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국고에서 230억 원을 지원받아 업계가 불황이거나 비수기에 3000만 야드 규모를 맡기고 직물 재고 금융을 활용하던 것과 비교하면 재원 규모와 활용액이 형편없이 줄어든 상태다.

과거 밀라노프로젝트 시행 당시 이루어졌던 국고 지원금 230억 원은 전액 상환됐으나 그 후 업계의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지원 재원도 대폭 축소된 상태다.

직물협동화사업단으로부터 재고금융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생지 원가 심사를 거쳐 원가의 60%(종전 70%)까지 융자하고 창고보관료도 야드당 1원씩을 징수하고 있는데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 길어지자 현재 보관 중인 원단도 2~3년이나 경과한 원단이 수두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가 체화된 직물 원단을 보관할 자체 창고가 부족할 정도로 어려운 직물 업체들이 많음에도 비수기나 불황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권의 재고금융 사용을 기피하는 것은 실물에 대한 원가 심사 위원의 평가 과정과 창고 입고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노출돼 회사 이름이 공개되기 쉬워 자칫 소문으로 인한 기업 신용 평가에 심대한 영향을 우려한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여지고 있다.

또 대구은행으로부터 차입해 지원하고 있는 재원 규모가 불과 15억 원에 지나지 않아 업체들이 원하는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하고 제1금융권이 안 되면 제2금융권에서 지원받되 협동화 사업단 자금을 기대하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협동화 사업단 측은 나름대로 애로와 위험 부담이 큰 것도 무시 못 할 고충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고금융을 지원하는 데는 금리를 연리 4% 미만을 적용해 비교적 제2금융권 금리보다 유리하게 지원하고 있으나 위험 부담이 큰 요소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 재고금융 대출 기준을 생지 원가 기준 70%까지 지원했으나 보관한 지 수년이 지나고 회사가 폐업한 경우 이를 경매하면 시장에서 15~20%밖에 건질 수 없어 협동화 사업단이 손실을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지 원가의 60%를 적용해 대출해도 수년 동안 찾아가지 않은 원단을 경매하면 시장 가격은 20% 내외에 거래되고 있어 이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협동화 사업단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재고가 쌓인 업계 애로를 지원하기 위해 올 들어서도 두 차례에 걸쳐 직물 조합을 통해 수요 조사를 했으나 막상 재고 금융을 쓰겠다는 희망자가 거의 없어 현재도 5억 이상 자금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직물협동화사업단은 대구경북 직물 업계가 비수기 때 과당 경쟁으로 덤핑 판매를 자제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87년에 출범했으며 2000년대 초에는 국고 지원금 230억 원의 재원을 활용해 활발히 운영됐으나 그동안 제1, 제2금융권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

협동화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호생 회장은 “업계의 수요만 있으면 대구은행과 대구시 등에 의뢰해 재원을 대폭 늘려 지원할 방침을 세우고 2차에 걸친 수요 조사를 실시했으나 예상과 달리 수요 희망 업체가 없다”고 애로 사항을 설명했다. <국제섬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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