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가족 못봤다” ‘코로나 이산가족’들 분노·허탈

공항에서 입국안내 받는 입국자들

국내 재확산 사태에 가족 보러 입국 못해…”일부 몰지각한 이들에 분노”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기자 = “최근 일부 유럽국가에서 한국인들은 입국해도 자가격리를 안 해도 된다고 입국조건을 바꿨잖아요. 부모님이 계신 곳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볼 수 있을지 우울하고 이 상황이 허탈하죠. ‘코로나 이산가족’이에요.”(대학생 A(25)씨)
A씨의 부모는 한국 국적자로 외국에서 사는 재외국민이다. 부모가 거주하는 국가와 한국 모두 해외입국자 대상 2주간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왕래가 끊겨 A씨가 부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6개월도 더 전이다.

직장·유학 등의 이유로 해외에 머무는 재외국민들도 A씨와 비슷한 이유로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재확산에 허탈감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나 홀로 한국에’…우울감 호소하는 ‘재외국민’ 가족들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사는 천모(26)씨는 자신의 해외 유학기간과 코로나19 확산이 맞물리는 바람에 어머니를 본 지 1년이 넘어간다고 했다.

천씨는 24일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좀 진정되는 것 같아 어머니가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각 2주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입국하기로 했다가 결국 취소하기로 했다”면서 “오랜만에 어머니를 볼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너무 우울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혼자 거주하는 윤모(24)씨는 이전에는 1년에 5번씩 중국을 오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부모님을 본 지 8개월이 다 됐다.

윤씨의 부모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자 ‘명절만큼은 가족들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며 한국에 입국하기로 했지만 한국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결국 방문을 취소하기로 했다.

윤씨는 “코로나 때문에 매년 가던 가족여행도 취소되고, 부모님이 동생의 입대, 할머니의 팔순 잔치도 함께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가 좀 잦아드는 듯하다가도 무섭게 재확산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몇번이고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을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동현(24)씨는 한 달 전 한국에 입국한 어머니가 발이 묶였다. 그는 “부모님 중 어머니 혼자 동생 입대를 보려고 자가격리를 무릅쓰고 베트남에서 입국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였다”고 했다.

베트남 중앙정부에서 기업인과 그 가족에게는 특별입국을 허용해준다고 해서 출국했는데, 막상 다시 입국하려고 하니 실제로 이들을 수용하는 지방정부가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베트남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가 걱정”이라면서 “가족이 모이는 건 당연한데 코로나가 번지면 번질수록 그게 더 멀어지는 거 아니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귀국은 거의 체념…허탈감과 짜증 치밀어” 재외국민들
직장 때문에 영국 런던에 체류하는 설모(23)씨는 “친구들과 동료들 덕분에 가족을 못 보는 외로움을 어찌어찌 달래고 있다”면서도 “8개월 넘게 못 본 가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가족을 만나러 오기도 어렵다. 영국은 한국인에 대한 자가격리 조건을 면제하고 있지만,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들어오면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김모(27)씨도 “프랑스는 지역감염이 훨씬 심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광화문 시위도 그렇고 전혀 경각심이 없는 사람들 때문에 코로나가 한국에서 다시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일본 유학 중인 B(21)씨는 “코로나 때문에 사실상 귀국에 대해서는 체념한 상태”라면서도 “허탈감과 짜증이 치민다”고 말했다.

B씨는 “취업준비와 코로나 때문에 당장 귀국할 계획은 없었다”면서도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것을 보니 일부 몰지각한 이들 때문에 모두의 노력이 수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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