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자란

김재구 시인/ 문협 사무국장

어머니 팔순 잔치하던 초여름
서울 집 베란다에 핀
꽃송이 몇 개

겨울이 없는 적도에는
피지 않는 꽃

추운 겨울을 지내고
삼월 봄비 내리는 날
꽃을 피운다는 군자란

먼 이국에서 봄비처럼 찾아온 아들이 반가워
어머니 얼굴이
군자란 꽃처럼 환하다KakaoTalk_20200706_144359033

시작 노트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른다. 한 창 여름인 7월에 어머님이 홀로 사시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군자란이 꽃을 피웠다. 군자란은 특이하게도 적도같은 인도네시아처럼 뜨거운 열대 지방에서는 살 수가 없는 식물이다. 오직 겨울의 강추위를 이기고 고통을 겪어야 3월 즈음 봄비를 맞으며 노란색 바탕에 주홍색 빛깔의 고운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우리 어머니의 삶과 너무나 흡사한 꽃이다. 어머님은 80 평생 남편을 일찍 잃고 3 자녀들 키우시느라 맘이 편하신 날이 없으셨다. 막내 아들인 내가 공부한다고 먼 외국을 나간 지 거의 16년 만이었다. 내가 어렵게 취직을 하고 어머님 팔 순 날 처음 인천 공황에 아내와 아들과 내린 날이었다. 어머니의 그 꽃처럼 활짝 핀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꽃도 주인의 마음을 알아 줄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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