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이야기(12) 인정, 칭찬

허 달 (許 達) 1943 년생 서울 출생, 서울고, 서울공대 화공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SK 부사장,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지난 화차에서 Valuing 기법이 코칭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연결을 위한 좋은 기법임을 설명하였다. 개인 간 소통이든 집단 소통이든 말하는 이의 숨은 주제와, 나아가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효과적 소통이 될 터인데, 그러려면 마음이 열려야 한다.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방을 추어주면 마음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오래 된 자료이지만 교육방송 EBS 에서 ‘제대로 칭찬하기’라는 주제로 방영한 내용이 있어서 틀어보았다.

첫 번째 장면은 실패한 칭찬의 예이다. 북한 공산당도 두려워 남침을 망서린다는 그 무서운 중학교 2학년 딸과 아버지의 대화이다. 어떤 점이 잘못된 칭찬이었는지 살펴보자.

“아빠, 다녀 왔어요.” 학교 다녀온 딸을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맞는다.

“어서 오너라. 너 어제 너희 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시(詩) 써서 상(賞) 받았다며?”

“으응~, 그렇긴 한데, 그거 별거 아냐. 아빠.“

“그래도~, 얼마나 대단하냐? 중학생이 시를 써서 상을 받았다니. 너 앞으로 윤동주 같이 훌륭한 시인이 되겠구나.”

“아니라니까. (짜증난 소리로) 그 상 우리 반 아이들 열 명도 더 받았거든. 난 앞으로 시도 쓰지 않을 거구, 윤동주 같은 시인이 될 리도 없을 꺼야.”

“그래도 네 나이를 생각하면 참 얼마나 대단하니?”

“아빠, 그만해. 짜증 나.” 과연 기분 맞춰 주기 어려운 무서운 ‘중2’, 딸은 발딱 일어나 제 방으로 가 문을 꽝 닫아 버린다.12

당신이 아빠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장면이 바뀌면서 정답이 나온다. 대화의 첫 부분은 딸의 시큰둥한 반응까지 앞의 세 줄 내용과 같다.

“그거 별거 아냐. 아빠. 우리반 아이들 10명도 더 받았거든.” (여기서부터 아빠의 대응이 달라짐을 보시라.)

“아니, 뭐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아빠가 읽어 봤는데, 기분이 좋던데. 특히, ‘잎에 맺힌 초록 빛 물 방울이 뚝뚝’ 거기서 아빠 기분이 막 상쾌해 지던데?”

“정말야? 아빠. 정말 기분이 상쾌해져?”

“그럼.”

“호오? 그럼, 아빠. 나도 시인 될 가능성이 있겠네? 윤동주 시인처럼, 정말 나도 시인이나 되어 볼까?”

‘시나리오’라고는 하지만 칭찬의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되었다. 여러분은 어떤 칭찬을 하는 아빠인가?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2002 월드컵. 어언 20년 전 일이 되어간다. TV로 보는 포르투갈 전(戰), 잠실 고층아파트가 일순 떠나갈 듯한 함성에 문자 그대로 들썩 했다.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이 골 세리머니를 하는 대신 곧바로 히딩크에게 달려가 온몸으로 안기는 장면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 방영되었다.

도대체 히딩크가 감독으로서 박지성에게 어떻게 하였기에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것일까? 이후 히딩크의 어떤 마법이 작용하여 그때까지 별로 각광 받지 못하던 선수 박지성이 마침내 영국 프리미엄 리그에 이름을 떨치는 대선수로 성장하게 되었던 것일 까?

월드컵 준비를 위한 국가대표 합숙 훈련 시절, 연습을 마친 박지성이 라커룸에 혼자 앉아 쉬고 있을 때 히딩크 감독이 다가와 어깨를 치며 던진 다음 한마디가 세계적 선수 EPL 리거 박지성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통설이다.

“지성, 너는 정신력만큼은 세계 최고인 선수이다.”

세계적 코치 히딩크가 찝어서 세계 최고라고 ‘인정’해 준 정신력, 그것이야 말로 박지성 스스로 가장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역량이었다는 것이다.

‘칭찬’과 ‘인정’은 어떻게 다른가? 칭찬은 행동과 그 결과[doing]를 대상으로 하는 찬사임에 비하여, 인정은 그러한 행동과 결과가 있게 한 상대방의 본질과 덕목[being]에 관한 찬사이다.

워크숍에서는 강의자가 매고 있는 넥타이를 흔들어 보이면서 실습을 해 보이기도 한다.

“여러분, 이 넥타이 오늘 새로 매고 나온 타이인데요. 어때요?”

“좋아요. 멋져요.” 참여자들이 도와 준다.

“지금 그 말씀은 칭찬인가요, 인정인가요?”

“칭찬이요.”

“그럼 인정을 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 …”

그러나 잠시 기다리면, 여성 수강생 중에서 정답이 나온다.

“색조(色調)가 대담하네요. 그런 타이를 골라 매다니, 코치님, 대단한 센스쟁이!!”.

더 나아가, 이런 거 어떨까?

“코치님 타이의 밝은 철쭉 색 때문에 강의실에 봄 기운이 완연해졌어요.”

코칭 워크숍에서는 때로 두 사람 씩 짝을 지워 놓고 상대방에게 2~3분간 쉬지 않고 칭찬, 인정하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Doing에 대한 칭찬, Being에 대한 인정의 스킬을 훈련시키는 뜻도 있지만, 연습으로 하는 칭찬, 인정이라고 알고 듣더라도 이를 들을 때 찬사를 받는 사람이 느끼는 에너지의 고양감을 실제로 느껴보는 것 역시 대단히 유용한 경험이 된다.

이 두 단계의 찬사에 덧붙여서 칭찬, 인정 받는 이의 행동/결과와 그 덕목이 여러 사람이나 조직에 미친 긍정적 영향까지 축하하게 되면 그야 말로 찬사를 받는 측이 감동하게 되고, 선순환(善循環)의 축이 형성 된다.

칭찬할 계제가 아니라면? 인정 기법을 원용(援用)한 격려와 지지(支持)로 대체한다.

인정 칭찬 기법이야 말로, 배우기만 하고 습관화 되지 않으면, 잘 활용할 수 없는 코칭 기법이다. 오늘 당장,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하여 작심하고 인정, 칭찬을 시작하시라.<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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