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이야기(11) 듣기공부,이청득심(以聽得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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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달 (許 達) 1943 년생 서울 출생, 서울고, 서울공대 화공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SK 부사장,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작년에 있었던 모 그룹의 1:1 임원 코칭에서 였다. 코치와 대상 임원 간의 연결이 잘 이루어져 분위기가 제법 어우러졌을 때 내가 물었다.

“회장님이나 사장님과의 대화 중 어떤 때 좌절감을 느꼈나요?”
“글쎄요. (잠시 가벼운 침묵) 한참 뜸 들여 서론 썰 풀고, 제안의 본론을 말씀 드리려는 순간, ‘그건 됐고’ 무참히 말 끊겼을 때? 핫 하”

우리는 잠시 함께 웃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정색을 하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한 박자 죽여서) 당신은 비슷한 경우, 부하와 대화 때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번엔 다소 무거운 침묵, 그러나 이런 종류의 성찰질문(省察質問)은 꼭 대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본인의 성찰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이는 경우, 침묵을 대답 삼아 그야말로 ‘그건 됐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기도 한다. 좌절감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상사와의 대화 중 말 끊겼을 때의 느낌이란, 면박 당한 듯 무참함도 있지만 애써 이루어 놓은 연결이 끊어지는 아쉬움도 크다. ‘역쒸, 보스란 잘 안되는 관계인가 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후의 대화는 그야말로 꼭 필요한 (marginal)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상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듣기’에 실패하여 부하의 마음을 잃어버린 사례라 하겠다. 그래서 생긴 말이 있다. 이청득심(以聽得心), ‘잘 들어 줌으로 써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다’ 는 뜻으로 푼다.

우스개 소리로, 여자들 사이에서 친구의 마음을 얻는 비법으로, 다음과 같은 짧은 탄복을 반복적으로 구사하면 직방이라는 것이다. 아주 쉽다.

“정말?” (SNS 에 파다한 이야기라도 절대로 이미 알고 있었다는 표를 내지 않는다.)“그게 사실이야?”
“처음 듣는 얘긴데?” (여러 번 들은 이야기라도 이렇게 반응해야 한다.)
“그 얘긴 몇 번 들어도 재밌다, 얘” (상대방이 ‘앗차’ 지난 번에 한 이야기인데 하는 기색을 포착했을 때 쓴다.)11

웅변 학원, 화법 학원 등 말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은 꽤 있지만, 듣기를 가르치는 학원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러니 만큼 코칭 수업에서 ‘공감적 경청’ 과정을 처음 만난 인상은 신선하였다.

신입사원부터 시작하여 30 여 년 SK 의 여러 경영직 역임(歷任)을 끝내고, ‘수펙스(SUPEX) 경영’ 전수(傳授) 겸 이른 바 이식관리(移植管理-SK의 퇴직관리 프로그램 중 주요 임원에게 실시하는 제도 중 하나) 목적으로 SK Academy 의 ‘명예교수’ 직을 맡게 되었다. 내가 최초였고, 내 다음에는 아직 명예교수로 퇴직한 후배 임원 이야기를 못 들었으니 또한 마지막이 된 셈이다.

“교수님, 시간도 널널하신데, 임직원 리더십 교육 과정 하나 맡아 주시면 어때요?”

당시 원장을 맡은 임원이 직속 부하는 아니었으나, 한 때 이물없이 대하던 관련 조직의 부장이었던 관계로 자주 대화가 오갔는데, 하루는 농 반 진담 반으로 거량이 들어왔다.

“어이 원장, 그게 말처럼 어디 쉽냐? 학술적으로 공부도 해야 되고…”
“공부야 지금부터 하시면 되잖아요? 주중 골프 치시는 시간에요.”
“이 녀석이 나, 주중 골프 치는 게 샘 나서 이러는구나. 그럼 너 연수원 예산으로 나 미국 보내 줄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가서 리더십 과정 이수하고 오게.”

“하버드까지 안 가셔도 국내 들어와 있는 리더십 코스 많아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과정 밟으시면 과정 개설해 드릴께요.”
그렇게 합의, 시작되었다. 듣기 공부로부터…

그 결과로 체득하게 된 ‘듣기 공부’의 신선한 내용을 졸저 ‘마중물의 힘’ 코칭의 언어학1 ‘경청’에 실렸었는데, 자가 표절, 아래에 짜깁기 하여 실린다.
위키피디아 사전을 참고하면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추장회의에서 Talking Stick이라는 막대를 사용하였다고 전해진다.

추장회의에 참석한 여러 부족장 중 이 막대를 잡은 사람만이 발언권을 가지며, 막대는 순차적으로 다음 부족장에게 넘겨져서 차례로 발언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였다는 것이다.

적어도 말을 듣는 사람이 상대방의 말을 언제 자르고 들어가 효과를 극대화하여 자기의사를 표명할까를 생각하는 일을 방지하는 것만으로도, 이 방법은 의사소통에 큰 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자신의 발언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남의 발언을 듣거나 또는 듣는 척 한다.

그렇지 않고 적극적 경청을 하는 경우에도, 자신의 잣대와 준거틀[Frame of Reference]을 통해 상대방의 말을 듣는 동시에, 자신의 자서전 속에서 이에 해당하는 경험을 꺼내어, 이로써 상대방에게 충고하려 하거나, 그 말의 의도를 탐색, 해석, 판단하려는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복잡하게 일어나며, 이것들이 알게 모르게 듣는 이의 반응을 통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자서전적(自敍傳的) 반응이라고 말한다. 이 경우 듣는 이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나’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듣는 이의 이러한 자서전적 반응을 어떻게 느낄까? 자신이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대화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서전적 반응에서 듣기를 주도하는 ‘나’라는준거틀을 상대방, 즉 말하는 사람의 것으로 바꾸어 넣는 듣기 방법을 공감적 반응, 공감적 경청이라고 말한다.

공감적 반응을 보이는 방법을 일종의 스킬로 보아 연마할 수도 있는데, 상담의(相談醫)들이 활용하는 흉내내기, 동의어로 바꾸어 반응하기, 말하는 사람의 느낌과 감정의 흐름을 성찰하고 표현하기, 반응 속에 침묵을 적절히 배치하기 등이 그러한 기법 중 자주 쓰이는 방법으로 코칭에서도 이 상담기술을 활용한다.

동시 통역사의 듣는 자세도 그 대표적 예라고 하면 아마 짐작이 갈 것이다. 숙련된 통역사는 어떻게 듣는가? 연사의 숨소리와 낱말 하나하나의 억양과 높낮이까지 통역에 반영하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듣는다.

‘이런 말은 해서는 안 되는데, 저런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안 되겠는데’ 하는 자신의 생각이 작동한다면 그는 이미 통역사로서의 본령을 벗어나서 엉뚱한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감적 반응을 보이면 말하는 이는 자신이 이해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며, 드디어 마음이 열려 숨어 있던 화자(話者)의 주제가 들어나게 된다.

코치는 이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맥락적 경청[contextual listening]을 하도록 훈련 받고 또한 끊임없이 스스로를 훈련 하는데, 이는 화자의 말과 의도, 느낌에 공감하는 능력은 물론 상대방의 언어 구조에서 발견되는 함의(含意), 자주 쓰는 단어와 그 빈도수, 대화 부분 부분의 에너지 레벨까지 성찰하는, 이른 바 존재[being]에 접촉하여 고객과 함께하는 듣기 방법이다.

듣기 연습의 실제로서 ‘절대로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라’는 코칭 과제를 연마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오직 하나의 예외가 있다. 지난 회에서 설명한 Valuing 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상대의 말을 끊고 들어가도 좋다는 것이다. 예컨대,

“잠깐, 지금 한 말씀은 놀라운데요. 당신은 특별한 당신만의 각도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군요.”

이 경우 자신이 끊고 들어간 자리를 꼭 기억해 두시라. Valuing 을 계기로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번지더라도 다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올 필요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다.

공감적 경청은 단순히 상대방이 하는 말의 내용만을 잘 들어 이해하기 위한 코칭 기법이 아닌 점이 납득 되었으리라 믿는다. 상대방과의 연결을 통해 소통과 공통 에너지의 장(場-Space)을 형성하는 연결기법(連結技法)으로서의 중요성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