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키워드로 본 ‘한·아세안특별정상회담’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25~27일까지 2박3일 동안 부산에서 진행됐다. 이번 특별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이 ‘2.0’으로 접어든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고비와 갖은 난관이 우리 앞에 있더라도 교량국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제 부산에서부터 육로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일이 남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아세안 관계를 주변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① “인구 60%가 35세 이하..미래 30년” 숫자로 보는 한-아세안
부산에서 25-26일 진행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27일 한-메콩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관계를 심화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수출입을 넘어 인적교류, 지역안보 노력을 통한 평화와 공동번영까지 아세안과 뜻을 합친다는 신남방정책에 속도를 낸다.

◆160,000,000,000= 한-아세안 교역액은 지난해 1600억 달러에 가까웠다. 수출 1001억 달러, 수입 596억 달러를 합해 1597달러에 이른다. 교역규모로는 중국에 이어 2위, 미국도 넘는다. 단일국가로는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682억 달러, 2018)이 중국·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3위 교역국이다.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영향이 적잖다.

◆600,000= 문 대통령은 26일 한-아세안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아세안 국민이 6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경남 창원서 열린 ‘아세안 판타지아’ 공연은 아세안에서 온 이주민 3000여명이 객석을 채웠고 이들의 모국 가수들이 무대에 섰다. 좌석 신청이 1분 39초 만에 마감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공업지역이 밀집한 창원 일대에 이주노동자가 많다.

◆35= 아세안 국가들의 큰 특징은 젊은 인구구조에서 오는 역동성이다. 6억5000만 명에 이르는 10개국 전체 인구의 60%가 35세 이하의 청년층이다. ‘신남방정책’의 또 다른 대상국인 인도를 합하면 평균연령이 30세다. 문 대통령은 26일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에서 “아세안은 젊고 역동적”이라고 강조했다.

◆30= 올해 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 대화관계 수립(1989년) 30주년을 기념했다. 잠재력이 큰 아세안과 관계를 늘리기 위해 문 대통령은 지난 30년을 바탕으로, 미래 30년 비전을 함께하자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에서 “다가올 30년, 지금보다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 평화를 향해 동행하고, 모두를 위해 번영하는 상생의 공동체”를 내걸었다.

◆9=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 계기로 아세안 10개국 중 9개국과 숨가쁜 양자 정상회담을 편다. 양자회담에선 스마트시티 진출(인도네시아·싱가포르), 태양광 사업 투자(필리핀), 태국 동부경제회랑(EEC)에 한국의 참여 등 굵직한 경제협력이 논의됐다.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베트남(8번째), 28일엔 말레이시아(9번째)와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장모님 건강문제로 막판 불참하지 않았다면 10개국 모두와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었다.

◆5= 아세안 10개국은 연평균 5.1%, 약 5%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준다. 이번에 첫 정상회의를 열어 관계 강화에 시동을 건 메콩국가는 5개국(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베트남)이다.

25일 부산 힐튼호텔서 열린 환영만찬장에선 홀로그램, 동작인식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선 5G 응용기술을 공연과 영접 의전에 적용했다. 각국 정상들은 5G 기술을 자국에서도 활용하고 싶다며 한국이 협조해 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② ‘데카콘, K뷰티’ 아직 몰라? 용어로 보는 한-아세안
스마트시티 협력은 아세안 회원국들과 경제협력의 첫손에 꼽혔다. 유니콘 기업의 10배 규모인 데카콘 기업도 한-아세안 스타트업 협력의 키워드다.

◆스마트시티= 저개발과 난개발이 복합된 아세안은 도시 과밀화, 환경오염 등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스마트시티 건설, 또 기존도시의 스마트화는 그 대안이다. 정부가 세종시와 함께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지정한 부산은 로봇 전면화, 물 관리 일원화 등이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24일 부산에 도착, 첫 일정으로 낙동강변 스마트시티 ‘에코델타’ 착공식에 아세안 정상들과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도시의 비대화 속에서 겪었던 교통혼잡, 환경오염, 재난재해의 경험 위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스마트시티에 모두 담았다”며 “아세안 도시들도 같은 경험을 겪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시티’가 하나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각국이 마련하고 있는 인프라 분야에 공동의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해 나간다면 지역 내 ‘연계성’을 높이며, ‘상생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과 양자 정상회담에선 현지 스마트사업에 한국이 협력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K뷰티=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뷰티 제품, 나아가 한국의 독특한 재료와 기술을 사용한 헬스케어 제품까지 아우를 수 있는 용어다. 26일 벡스코에선 김정숙 여사와 함께 아세안 각국 퍼스트레이디가 K뷰티 페스티벌에 참석, 우리 제품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각 정상 부인에게 아모리퍼시픽 설화수를 공식 선물했고, 김정숙 여사는 별도로 현장에서 6개국 정상 부인들에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메이크온’과 ‘이니스프리’의 제품을 선물했다.

◆데카콘= 스타트업으로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 billion, 약 1조 원)가 넘으면 유니콘 기업이라 한다. 유니콘은 뿔이 하나 달린 상상속 동물이다. 뿔 하나가 1조원인 셈이다. ‘데카’는 10이란 뜻이다. 데카콘은 10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에서 “인도네시아 고젝(Go-Jek)의 CEO 나딤 마카림은 오토바이 택시 오젝(Ojek)의 문제점을 느끼며 오히려 기회를 포착했다”며 “공유차량기업 고젝은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랩(Grab)에 대해 “싱가포르의 유니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한-아세안 협력을 통해 양국의 스타트업을 육성, 데카콘으로 함께 키워낸다는 구상이다.

◆아세안 센트럴리티(아세안 중심성)= 한-아세안 공동언론발표문은 “한국은 올해 6월 아세안 국가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관점’을 환영하며,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바탕으로 한 지역 협력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 중심성은 동아시아 협력에서 아세안이 주도적이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성이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이란 뜻도 내포한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어 있는 아세안의 지리·안보적 한계와도 맞물린다. 미국으로서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가운데 즉 ‘중심’에 아세안이 위치해 있다. 아세안은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공존 지점이다.

◆블렌딩= 서로 다른 것이 섞이면서 융합, 조화를 이루는 것은 한-아세안 관계의 핵심 키워드다. 청와대는 특별정상회의 이벤트로 아세안 각국의 커피 원두를 섞어(블렌딩) 커피를 만들었다. 산 벡스코에도 27일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25일 주최한 한-아세안 환영만찬, 26일 한-메콩 환영만찬에도 한국과 아세안 각국의 독특한 식재료들을 ‘블렌딩’해서 의미를 부여했다.

③”아이돌 연수 배려를”요청도… 아세안 ‘소프트 리더십’ 발판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은 26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미얀마 아이돌의 연수 여부가 정상 간 테이블까지 올라온 것이다.

수지 고문이 언급한 ‘project K’는 한국에서 열린 K-POP 커버 댄스 대회에서 수상한 뒤 미얀마에서 활동 중인 남성 아이돌이다. 미얀마에서 K-POP과 미얀마 전통 춤을 접목시켜 활동 중이다. 미얀마의 각종 국가적 행사에도 초청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수지 고문의 부탁에 “‘project K’가 잘 성장하면 한국과 미얀마 간의 문화 협력 교류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아이돌 그룹 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보겠다”고 화답했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 한류는 25~27일 부산에서 진행된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한-메콩 정상회의의 주요 화두였다. 아세안의 정상들과 관계자들은 한류를 매개로 한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음식을 두 끼 먹었다”며 “딸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쁘라윳 총리의 부인 나라펀 여사는 김정숙 여사에게 “K팝, K드라마와 관련된 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K뷰티가 특히 태국에서는 굉장히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자신이 2015년 한국에서 휴가를 보냈던 것을 공개하며 “한국 문화에 매료된 관광객 중에서는 집사람과 저도 포함이 된다”고 했다. 그는 “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K-POP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러 한국을 찾는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도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맞아 ‘한류’를 전면에 내세웠다. 만찬의 사회를 본 영화배우 정우성씨를 비롯해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가수 싸이·보아·현아·우주소녀·NCT127 등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각국 정상 부인들이 김정숙 여사와 K뷰티를 직접 체험하고, 떡갈비·잡채 등 K푸드를 맛보는 오찬일정도 마련했다. 김 여사는 직접 인삼정과를 만들어와 부인들과 나눠주기도 했다.

아세안에서 우리의 소프트파워 확보를 위한 핵심 콘텐츠로 ‘한류’를 부각시켰다. 경제력 등 하드파워가 앞서는 중국·일본과의 경쟁을 위해 우리가 우위에 있는 소프트파워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패권이나 헤게모니가 아닌 ‘매력적인 선도국가’라는 리더십을 통해 아세안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번 특별정상회의의 키워드가 ‘평화와 상생’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위해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을 내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한-아세안 센터, 아시아문화전당, 아세안문화원을 중심으로 한 쌍방향 문화교류도 추진된다. 한-아세안 영화협력 촉진을 위한 기구 설립 역시 거론되고 있다. 2020년까지 아세안과 인적교류도 1500만 명 규모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문화의 조화’를 통한 ‘동반 번영’의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서 “아세안의 문화는 곧 세계문화가 될 수 있다. ‘K-컬쳐’에서 ‘아세안-컬쳐’로 세계를 향해 함께 나가자”며 “한류의 시작은 아시아였다.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를 아시아가 먼저 공감해 주었고, 아세안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같은 문화적 정체성 위에서 아세안 문화콘텐츠의 동반자가 되겠다”며 “우리의 문화협력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oney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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