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의 허물 벗기

시/이태복 시인

살다가 더러워지면
뽕 갉기를 그만하고
네 번이나 꿈꾸며 자면서
허물을 벗는다

변하며 살아간다
허물을 입고 있으니 추하지
벗은 민낯은 추하지 않다

허물을 벗은 5령의 누에처럼
밝게 늙어 내 속을 다 뽑아 주고
오감을 닫고 번데기로 부활을 기다리리
영혼에 날개 달고 자유하리라Screenshot_20170211-155403

<해설>공광규 시인
인생에 대한 비유다. 뱀이나 누에는 허물을 벗으며 성장한다. 허물을 벗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 죽는다. 모든 생물이 갖는 수명의 한계다. 누에는 허물을 네 번이나 벗나보다. 허물을 벗을 때마다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성장통, 성장의 고통이다. 인간도 허물을 벗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다. 그리고 성장의 끝은 자신을 그동안 빚진 지상에 다 주어버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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