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청년의 삶과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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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한국인들의 세계진출이 눈부시다는 말을 흔히 해오고 있지만 막상 외국에 나갔을 때 “어떻게 이런 곳까지 와서 한국 사람이 살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본국의 인구수와 비교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민들이 해외에 진출했다.

언필칭 750만의 재외동포를 거느리고 있는 한국이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까지 발전을 이룬 것은 세계의 경이(驚異)로 각광을 받을 만하다.

특히 6.25 민족상잔을 겪으며 폐허로 변했던 국토를 새롭게 개발해낸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참전 외국인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66년 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16개국의 참전용사들을 초청하는 행사가 계속되면서 참전용사들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취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 살더라도 한국인임을 자랑으로 여기며 국위를 떨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은 한상(韓商)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적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여서 앞날이 크게 기대된다.

이처럼 겉면에 나타난 빛이 있는 반면에 뒷면에는 그림자도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동북아평화연대 창립15주년 기념포럼 ‘동북아 디아스포라 청년들이 사는 법’은 이목을 끄는 기획이었다.

이 단체는 사단법인으로 발족하여 15년 동안 지속해오면서 140년의 역사를 가진 한인들의 동북아 진출 이후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초대이사장이었던 이광규 서울대 교수가 작고한 후 2대 강영석 이사장을 이어 2012년부터 3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도재영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하여 “고 이광규 이사장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동포들의 실태를 돌아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흘렀다”고 회고하면서 “오늘 이 기념포럼은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비전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청년들과 함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젊은 청년들의 잔치처럼 진행된 이 날의 행사는 새로운 멋을 선보였다. 수많은 포럼에 참석해봤지만 대부분 권위 있는 교수나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며 극히 형식적으로 주제를 훑고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판에 박힌 강연과 연설 또는 토론은 청중들에게도 흥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꽉 찼던 자리가 중간에 모두 빠져나가 썰렁한 느낌을 받는 것은 비록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평화연대의 포럼은 그게 아니었다. 여기서도 제1부는 어김없이 두 사람의 대학교수가 출연하여 기조발표를 했다. 다만 다른 판과 다른 것은 그들 자신이 오늘의 주제인 디아스포라 출신으로 한국에 돌아와 그 문제만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민웅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삶과 공동체의 변화, 그리고 청년의 미래’라는 기조연설을 했고, 박민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동북아 디아스포라 연구-청년세대를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기조발표를 했다.

그들은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모국인 한반도를 떠나 타민족이 주류인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한(조선)민족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갈파하고 외국의 침범과 경제적인 약탈을 피해서 타의로 외국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실태를 적나라하게 발표했다.

이러한 개척적인 디아스포라들의 후세들은 이제 한국으로의 귀환을 갈망하기도 한다. 여기에 갈등과 이해부족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태어나 공부한 젊은 한인들은 용모는 똑같은 한민족이면서도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기우려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괴롭기만 하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포럼 제2부에서는 디아스포라 청년들이 직접 출연하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가감 없이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1981년 구소련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박루슬란은 고려인 4세다. 영화계에 데뷔하여 영화감독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어린 시절 경찰관과 주먹만이 난무하는 꿈을 가질 수 없었던 우즈벡에서 한국에 와서야 꿈을 이룰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중국동포 박동찬은 이제 갓 스물이 된 연세대 학생이지만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평화를 원하고 사랑한다면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동포문학상도 수상했다.

그의 개인사(個人史)는 중국동포 모두의 것임을 문학으로 입증한 것이다. 탈북인인 박요셉은 2014년 한국에 정착하여 사회적 기업가로 일하며 북한개방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북조선에서 태어나 남조선에 살아야 하는 자신의 입장을 좋아하는 노래 ‘하나’로 표현한다. 김이향은 재일동포로서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91년생으로 일본에서 여고에 다닐 때 차라리 일본으로 귀화하겠다는 말을 했다가 어머니에게서 인연을 끊겠다는 말을 듣고 한없이 울어야 했던 심정을 울먹이며 토로했다.

러시아에서 온 이의찬은 팟캐스트 ’보드카를 먹은 불곰‘의 대표로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계인으로 살아온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한국에 와서 군복무까지 마치며 팟캐스트로 러시아를 한국에 알리고 있다.

한국인의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민족우월주의를 경계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들의 말을 낱낱이 전할 수 없지만 귀담아 들을 부분이 많았다. 코리언 디아스포라에게 용기를 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