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담배산업 신규법안 논쟁

국민건강과 산업발전의 딜레마에 가려진 세금욕심

글. 김용욱 /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최근 인도네시아 담배산업관련 신규법안 관련 조꼬위 정부가 매우 곤욕스런 상황이다. 국회가 승인한 담배산업 법안이지만 실행을 앞두고 국민건강과 산업발전 간의 치열한 논쟁 때문에 정부 내각회의에서 결론이 지연되고 있다. 어찌 보면 사건의 발단은 국회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고 자신들은 쏙 빠진 상황에 대통령과 정부부처들만 난처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시되는 담배산업 신규법안은 두 군데 조항이다. 20조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담배 제조 시 국내산 담배 80%와 수입산 20%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29조에서는 수입산 담배나 완제품을 사용하거나 판매 시에는 국내산보다 적어도 3배 이상의 가격 책정 및 이행을 요구한다.

이를 두고 보건부장관 Nila Moeloek 을 포함한 국민 다수의 반(反)담배 지지자들은 담배산업을 억제하지는 못할망정 80% 국내산 담배사용 의무로 인해 오히려 담배농사와 산업을 장려하는 꼴이며, 외국산 담배사용에 3배 이상의 고가책정도 소비량이 줄어들기보다는 그저 다국적 담배기업들의 수익과 국가 세수만 늘리려는 아주 고약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법안을 승인한 정치인들을 포함한 담배산업계의 반박 논리 또한 흥미롭다. 통계청(BPS)에 의하면 담배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2014년 기준 35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6.87%이며, 담배농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무려 53만 명 수준인데 이들의 생계와 복지를 책임질 생각은 않고 국가가 무조건 산업규제나 제제로 사양산업으로 만드는 것은 지나친 산업 차별이라는 의견이다.

돌이켜보면 본 딜레마는 조꼬위 정부 특성 중 하나인 이중성향 때문이다. 정부차원에서 그간 국민건강을 위한 담배소비 감소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다. 니코틴 함량규제, 흡연경고 문구 및 사진 의무화, 담배홍보금지, 금연석지정 등을 포함하여 작년 담배세는 10.5%를 인상하고, 담배부가세도 작년 연말 최종 9.1%로 올렸다. 그러는 한편, 거대시장의 담배 산업계와 담배 노동자 복지도 챙기려다 보니 정치인들까지 나선 국회승인 법안을 이제는 들어줘야 하는 역공에 처한 상황이다.

담배는 남미 인디언이 발견한 ‘기복 행위’가 기원이다. 그들은 연초를 빨아 연기를 하늘로 올려보냄으로써 조상신에 대한 예를 갖추었고 그 문화를 콜럼버스라는 탐험가이자 약탈자가 1492년 유럽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미국의 8할은 담배로 만들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화되는 담배를 1881년 담배기계발명에 성공, 1913년 RJ레이놀스과 카멜이라는 현대 담배를 탄생시킨 게 바로 미국이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데 가장 큰 역할은 역시 전쟁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세계대전까지 정부와 군인들이 흡연습관을 세계 구석구석에 침투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 근대 산업화 일등공신 담배가 드디어 1960년대 들어서 해로운 물질임이 완벽히 증명되어 사양산업 선고를 받았음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유는 담배자체의 중독성으로 해석하나, 실제는 모든 국가들의 마르지 않는 엄청난 세금징수 원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전략가 워렌버펫은 담배산업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나는 왜 담배사업을 좋아하는가. 제조비는 1페니가 든다. 그러나 1달러에 판다. 담배는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제품에 대한 충성도는 가히 환상적이다.” 라고 말했듯이 담배는 자본주의나 경제적 측면에선 가히 매력적 산업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아무리 좋긴 하지만 100점 만점이 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악마의 사업화”다. 돈만 되면 머든지 파고 살수 있는 자유에도 인류의 건강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쟁과 이슈에 나서야 하는 게 국가임에도 모든 전세계 국가들이 세금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담배 산업장려와 동시에 담배규제를 하는 병주고 약주는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흡연도 누군가에게 자유의지이기에 아직은 담배가 완벽히 사라지기 힘든 사업임은 분명하다. 결국 결론은 모든 국민들 스스로 깨우치는 방법이다. 인류 역사의 위대함인 스스로의 자정능력이 분명 해답을 찾을 것이다. 당장은 ‘빅 토바코’(거대 담배기업)와 정부와의 커넥션을 끊기 힘들겠지만, 이 역시 결국 시간의 문제이고 과정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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