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살이 억울한 피해 느는데… 방치된 재외국민보호법

사건·사고로 필요성 커졌지만 국회 무관심… 외교부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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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6일)

자카르타 버까시에서 무참히 살해된 한인직장여성, 또한 자녀 등굣길에 무참히 피살당한 한인동포, 60일 불법체류했다고 1년 감옥살이 형…이는 결코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동남아 아니 세계 전역에 퍼져 살고 있는 750만 한인동포의 현주소이다.

과거 재난 등의 자연재해에서 납치 등의 범죄 피해와 테러 위험까지 더해지는 상황에 재외국민 보호의 필요성은 공허에 머물고 있다.

1월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만 ‘재외국민보호법안’은 5건 제출됐다. 국외에서 거주·체류·여행 중인 우리 국민이 재난·폭동·테러·체포·행방불명 시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다.

5건의 법안 발의는 제18대 대선 재외국민투표 등록 마감(2012년 10월)을 앞둔 2012년 7∼9월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의 재외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원유철, 김성곤 의원이 각각 9월13일과 9월5일에 발의했다. ‘재외국민 표심잡기’의 일환이다.

재외국민보호법은 최초 발의된 2004년 이후 11년째, 19대 국회에서는 2012년 7월 이후 2년6개월째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헌법 제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은 전무한 셈이다.

2010년 법안 제정 공청회가 열리고 이듬해 외교부가 자체안을 제출하며 법안 처리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국회 상임위(외통위)를 넘지 못했다. 국가책임의 한계, 재외국민의 범위, 인력과 예산 문제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에 떠밀려 법안을 발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외교부는 영사의 업무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데 부담이 크다. 법이 제정되고 영사 인력과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업무에 한계가 있어 법안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재외국민에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할지 여부도 쟁점이다.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여야를 초월해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면서도 “외국의 주권과도 관련되는 부분이 있어 법리적으로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재외국민의 의무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는 처리할 계획”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외국민 보호에 법적 한계가 있고, 법이 제정되면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법리적 문제, 권리와 의무의 균형, 조직과 인력 등 인프라가 법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외국민보호기본법’은 법안 마련으로 예산과 인력을 확보이전에 재외국민 보호라는 확고한 인식 제고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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