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국가 한국 따라하기…韓流 비즈니스에 기회 많다

2015년 4월 7일

지난 1일 아세안 10개국 재외공관장들이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 모여 한국의 아세안 진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정하 주싱가포르 대사, 조병제 주말레이시아 대사, 전대주 주베트남 대사, 이백순 주미얀마 대사, 김수권 주라오스 대사, 조원명 주브루나이 대사, 김원진 주캄보디아 대사, 조태영 주인도네시아 대사,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내정자), 전재만 주태국 대사, 김웅철 매일경제신문 국제부장 주아세안 대사들은 역동적인 아세안 시장에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지만 ‘돈만 벌겠다’는 접근법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좌담회는 김웅철 매일경제신문 국제부장 사회로 진행됐다. <매일경제신문 발췌>

-아세안에서 유망한 비즈니스는.

▷서정하 주싱가포르 대사〓한류에 힘입어 한국 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싱가포르에는 한국 식당이 무려 200여 개 있다. 한국 미용·의류 패션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백순 주미얀마 대사〓한류 문화를 더 이용해야 한다. 미얀마 국민들은 미용, 심지어 웨딩 사진까지 한국인들을 따라하려는 추세다.

▷조태영 주인도네시아 대사〓지난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야심 찬 국가 발전 비전을 제시하며 외국인 투자를 잘 유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만7000여 개의 섬과 9만5000㎞의 해안선 등 바다를 활용한 ‘해양강국’ 건설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의 기회가 열려 있다. 인도네시아는 여러 개의 섬을 연결하는 해양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해줄 업체를 환영하고 있다. 더욱 환영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와서 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중소형 조선사들이 노려볼 만하다. 특히 24개의 항구건설계획에도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가 열려 있다. 전력 플랜트 건설 수요도 많다. 전력을 생산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파는 일은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인도네시아는 석탄이 많기 때문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송전선을 만들면 경제성이 상당하다.

▷조병제 주말레이시아 대사〓말레이시아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최고의 테스트베드(시험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할랄(Halal·이슬람어로 ‘허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의 총칭)시장이 약 2조달러 규모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 업체는 많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할랄을 국책사업으로 육성 중이고 할랄 기준을 선도하는 국가다. 따라서 한국의 식품·화장품 업체들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현지 반응을 살펴본 후 인도네시아 또는 아랍 시장과 같은 대형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내정자)〓필리핀은 비즈니스 아웃소싱(BPO) 산업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 ‘콜센터의 천국’이다. 2010년 인도를 제치고 BPO산업의 최적 투자지로 부상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직접 필리핀에서 사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는 한국 기업들이 필리핀 현지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가지 업무를 대행해주는 BPO를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필리핀은 최근 아세안 회원국 최초로 유럽연합(EU)과 6200여 개의 품목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 플러스’ 협약을 맺었다. 한국 기업이 필리핀에 생산기지를 지으면 훨씬 좋은 조건으로 EU 회원국에 상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진 주캄보디아 대사〓캄보디아는 기축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 리스크가 없는 게 장점이다. 부동산 분야를 제외하고 내·외국인 차별도 없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에 맞춰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과 베트남을 잇는 ‘물류허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는 봉제·건설·관광·농업 등 4대 산업 위주였는데, 올해부터는 식품가공, 부품조립 분야 산업을 육성하는 10개년 계획을 실행 중이다.

▷김수권 주라오스 대사〓라오스는 ‘아시아의 배터리’를 지향할 정도로 전력 수출에 정책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목표하고 있는 전력사업의 20%만이 이뤄진 상태다. 현재 한국 기업 2곳이 전력 플랜트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데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또 중국이 인도차이나로 나오는 출구가 바로 라오스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서 회랑과 북-남 회랑이 라오스를 지나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동남아에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한다면 라오스에도 큰 가능성이 있다.

▷조원명 주브루나이 대사〓특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투자가 필요한 업체는 브루나이투자개발청의 지원을 받아 현지 업체와 합작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전대주 주베트남 대사〓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가 4000개가 넘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만 잘사는 게 아니고 더불어 잘살 수 있는 기업들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국의 위상이 오래갈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소위 ‘숨은 비즈니스’로는 무엇이 있나.

▷전재만 주태국 대사〓앞으로는 서비스시장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 한류 열풍으로 ‘탐앤탐스’ ‘교촌 치킨’ 등이 방콕에 진출해 크게 성공했다. 중산층 확대로 인해 프랜차이즈 업종은 꾸준히 유망업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TV홈쇼핑 등 유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조태영 대사〓조코위 대통령의 숙원 중 하나는 식량자급이다. 비가 왔을 때 그 물을 가둬두지를 못하니 삼모작을 해도 쌀을 수입하는 형국이다. 보관시설이 부족한 문제도 있는데, 한국은 이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투자가 유망하다.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 1위를 기록 중인 팜유 분야에도 한국 기업의 투자가 가능하다. 팜유는 바이오연료로서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김원진 대사〓’에코 투어리즘(eco―tourism)’, 식품가공, 민관협력파트너십(PPP)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유통시장도 한국 기업이 노려볼 만하다. 캄보디아 인구 중 절반은 24세 이하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이백순 대사〓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들여와 현지인력과 넓은 땅을 활용해 깨, 콩 등 일반 농산품을 생산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조원명 대사〓명품 차, 특수 버스, 화장품 등 분야가 잘 먹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분야) 등 의료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도 현지에서 각광받고 있다. 브루나이에서 생산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변 시장을 바라보면 분명 가능성이 있다.

■ 투자 더욱 몰아치는 日, 도로인프라 꽉 잡은 中…韓, 민관협력 강화를

-올해 말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에 따른 기회는 무엇인가.

▷서정하 주싱가포르 대사〓아세안은 △단일 시장 단일 생산 기반 구축 △경쟁력 갖춘 경제블록 조성 △균형적인 경제발전 △세계 경제로 통합 등 4가지 목표를 설정해 이행하고 있다. 한국에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첫째, 시장 진입 비용 감소다. 회원국별로 복잡하고 다양한 통합제도를 만들기 때문에 통합 표준화가 이뤄져 한국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 둘째, 아세안 회원국 간 인프라 격차 해소 사업, 즉 아세안 연결(connectivity)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 투자를 증진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세안이 산업개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급인력•기술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국 인력이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요소도 있다. 아세안 내 역내 관세 철폐로 인해 한국과 같은 비회원국은 상품 수출에 있어서 불리할 수도 있다.

▷조태영 주인도네시아 대사〓아세안경제공동체가 출범한다고 엄청난 기회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아세안을 잘 알고 있는 일본 대사관 측을 만나봐도 아세안경제공동체를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 국내에 포화 상태인 산업이 많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장으로 아세안을 봐야지, 아세안경제공동체 자체가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고 성급하게 다가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세안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한 중국과 일본 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백순 주미얀마 대사〓최근 미얀마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급격하게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혼자 머물던 주재원들이 가족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이는 아베노믹스의 강한 드라이브가 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동남아 투자의 80%가량을 차지해온 일본 기업들의 드라이브가 더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더 적극적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미얀마는 지리적으로 동남아와 서남아를 연결해주는 거점지역이자 유통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미얀마는 수도 네피도를 중심으로 반경 1500㎞에 13억명, 2000㎞에는 20억명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점을 한국 기업들이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선진기술과 미얀마의 저렴한 인건비가 결합하면 미얀마 현지에서 생산한 상품을 중국과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에 쉽게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진 주캄보디아 대사〓중국은 라오스(북부)를 거쳐 캄보디아 항구(남부)로 나갈 수 있도록 도로 인프라를 많이 건설 중이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북쪽 지역 도로 인프라는 중국이 다 석권했다. 중국의 남북 회랑에 맞서 일본은 동쪽 베트남에서 서쪽 태국으로 이어지는 산업회랑을 구축하기 위해 무상원조로 1억달러를 투자해 메콩강 하류에 2.2㎞ 다리를 곧 완공할 예정이다.

▷조병제 주말레이시아 대사〓동남아 인프라 시장 기회는 열릴 것이지만 한국 입장에서 동남아 진출 확대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사이에 고속철 사업을 진행 중인데 중국과 일본의 각축전이 대단하다. 우리 몫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사관뿐 아니라 한국의 민간기업과 정부 고위층이 의지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매일경제)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