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 한국기업, ‘하노이’ 상생모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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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소재 한국기업 밀집 지역에 대한 인프라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외국인(외국기업)투자국은 도로·항만 등 인프라 확충 투자 시 한국기업들이 밀집된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운송시간 단축에 따른 물류비용 감소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중소기업중앙회와 베트남 상공회의소가 지난 6일(현지시간)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백두포럼’이 성황리에 마쳤다. 양국 국회, 중소기업계, 학계 등 관계자 140명이 참여한 가운데 현지 인프라 환경 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경제 발전 방안들이 제시됐다.

◆한국기업 밀집지역 인프라 개선 최우선= 베트남 정부는 한국 중소기업계가 이번 포럼을 통해 건의한 ▲열악한 물류 인프라 개선 ▲인허가 관련 복잡 불명확한 행정처리 등 현지 진출 애로사항들이 해결될 수 있게 적극 돕기로 했다. 이러한 건의안들은 베트남 기획투자부와 국회, 하노이시에 전달됐다.
응우옌 둑 충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위원장(하노이 시장)은 백두포럼 만찬에 참석해 “한국기업과 투자자들을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고, 한국기업인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기업인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듣고 최적의 투자환경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베트남 기획투자부 국장도 한국기업 밀집지역에 대한 우선적인 인프라 개선 집중 투자를 약속했다”며 “인허가와 통관 등 행정처리 등의 애로에 대해서도 관련 부서에서 적극 조정하거나 구체적으로 대안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기획투자부는 외국인 투자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기관이다.

이날 백두포럼은 ‘한베, 상생과 번영의 파트너십’ 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양국 관계자들 사이에는 ‘한국의 성공이 곧 베트남의 성공이며 베트남의 성공이 한국의 성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메콩강 기적 이루는 경제협력 고도화=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메콩강의 기적을 바라는 베트남과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은 격상된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며 “양국 기업간 혁신을 기반으로 한 분업과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협력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 꽝 퐁 베트남 상공회의소 부회장도 “통상과 무역 협력에서 한국을 핵심국가로 보고 있다. 앞으로 한국기업들과의 동행으로 메콩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지난 5일 부 띠엔 록 베트남 상공회의소 회장도 김 회장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백두포럼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2020년 양국 교역규모 10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0월 베트남 기획투자부 차관, 지난달 하노이 시장이 잇따라 중기중앙회를 방문해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정책을 설명하는 등 기업 유치를 위한 열정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백두포럼을 계기로 중기중앙회와 하노이시가 본격적으로 협력해 모범 사례를 창출하고 양국의 성공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국 국회의원친선협회도 이번 백두포럼에 참석해 그 의미를 강조했다.

김학용 한베의원친선협회 회장(자유한국당)은 “이젠 양국이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백두포럼이) 아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의 고급 인력과 한국의 우수한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양국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쩐 반 뚜이 베한의원친선협회장도 “베트남에서 한국은 제1의 투자국이 됐다. 한국은 좋은 정책도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위 투자국韓중소기업 진출 적기=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등록자본금 기준으로 최대 투자자다. 레 티 하이 반 기획투자부 부국장은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은 사업건수나 총 투자금액 규모 모두 1위”라며 “베트남 내 한국기업 투자는 74%가 제조·임가공·산업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매년 6%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2018년 7%)을 기록 중이다. 또 인구 약 1억 명(세계 15위)의 내수시장이 갖고 있는 구매력을 갖췄다. 특히 15~29세 비율이 전체 인구의 25%로 젊고 역동적인 국가다.

박노완 주베트남대한민국대사는 “그 동안 베트남 투자와 진출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기업으로 이뤄져 왔다. 지금은 작지만 강한 많은 중소기업들이 베트남에 와서 실력을 발휘할 때다. 내년에 베트남 정부가 자동차와 전기전자 분야에서 산업육성 노력을 더욱 본격화할 예정인데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우리 중소기업에 좋은 진출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기업 관계자들도 백두포럼에서 현지 시장의 장점을 강조했다.
박성근 삼성전자 베트남 현지법인 상무는 “삼성이 거래하는 베트남 업체는 총 679개다. 젊고 우수한 인력들이 풍부하다.

인력 운영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상구 케이앤케이글로벌트레이딩 회장도 “한국 중소기업들이 국내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화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생각하며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베트남 박닝과 타이응웬, 호찌민에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가전 등을 생산 중이다. 케이앤케이글로벌트레이딩은 ‘K-마켓’이란 프리미엄 식품 유통 브랜드로 현지에 9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강소기업이다.

◆협업·분업화, 양국 경제활력 창출= 백두포럼에 참석한 한국 중소기업인들은 앞서 지난 5일 베트남 하이퐁 소재 LG전자 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면서 현지 입주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활동 등도 살펴봤다.

중기중앙회가 올해 1월 국내 중소기업 526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진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42.3%가 아세안 지역 중 ‘베트남’을 꼽아 가장 많았다. 양국의 교역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8년(2010~2018)간 수출액 5배, 수입액 6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백두포럼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한베 중소기업 글로벌 밸류체인’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통해 양국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베트남과 공동 제품 개발 및 공동 브랜드·물류 협업, 서비스와 생산 분업 등을 통해 협력하면서 중소기업들을 키워내야 한다”며 “다양한 밸류체인 확보와 디지털 기술의 효과적인 활용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채수홍 서울대 교수는 “양국 관계의 지속 여부는 베트남 산업구조의 고도화 여부에 달렸다. 베트남의 현재 노동집약 산업을 기술 정보집약 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의 백두포럼은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2010년 중국 연길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서 개최됐다. 이번 베트남 백두포럼을 계기로 현지 사업환경 개선을 위해 공동 대화 채널을 강화할 방침이다. 호찌민에 있는 베트남 사무소의 하노이 이전을 검토 중이다.  국토지주택공사(LH)가 베트남 흥이엔성에 조성 중인 산업단지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