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장기화, ICT산업에 기회 가능성 높아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는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 위협이 되겠지만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형돈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기술정책단장은 ‘2020 ICT 산업전망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패권주의 확산’을 ‘2020 ICT 10대 이슈’로 꼽으면서 “글로벌 패권주의 확산이 국내 ICT의 혁신을 촉발할 것”이라면서 “미·중 분쟁은 우리 ICT 산업에 위협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제재와 관세부과를 무기로 한 미·중 분쟁은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을 증폭시킬 것으로 진단됐다. 다만 스마트폰, 통신장비, 반도체 등 주력 ICT 산업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와 점유율 차이를 키울 호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단장은 한·일 갈등 역시,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가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우리나라의 대일 ICT 수출증가율은 올해 7월 -14.2%에서 9월 17.2%로 반전된 반면, 수입증가율은 같은 기간 -2.5%에서 -1.0%로 마이너스 수치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대표 산업인 반도체 역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은 가운데 내년 변화의 갈림길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 단장은 “내년도에는 반도체 시장의 반등이 예상된다”면서 “또한 메모리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신성장 영역인 시스템 반도체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5G 트래픽 증가,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 IoT(사물인터넷)·엣지컴퓨팅 투자에 힘입어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IT 자문기업인 가트너는 D램은 내년 2분기, 낸드플래시는 올해 3분기부터 반등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 무역의존도 탈피 본격화도 내년도 한국 ICT산업의 중요한 흐름으로 예상됐다. 문 단장은 “베트남·태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국가와,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신북방 국가들이 우리 ICT 산업 성장을 견인할 핵심 파트너로 주목된다”면서 “ICT 생산거점과 시장으로서 중국의 매력도는 감소하고, 탈중국화가 가속화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5G 융합서비스와 장비·부품산업 성장, AI 활용의 보편화와 AI 반도체 경쟁, 승차 공유를 넘어선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이 내년 ICT 산업을 달굴 핵심 기술이슈로 꼽혔다. 규제개혁을 통한 ICT 신성장 돌파구 마련, 신 소비 트렌드인 구독경제 확산, 자동화·무인화와 플랫폼 노동을 골자로 하는 노동4.0, 친환경 ICT도 내년 ICT 시장의 키워드로 포함됐다.

최계영 KISDI ICT통계정보연구실장은 “미·중 갈등 격화로 미·중 기업간 글로벌 공급망이 파괴되고, 양국이 단기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기술패권 문제를 이어갈 전망”이라면서 “그 결과 글로벌 ICT 생태계가 분리되고 블록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세대 반도체, AI(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분야가 경제·군사·안보와 연결돼 무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 실장은 “미·중 기술생태계 양분화는 미국과 동조 국가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 하락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로 이어지겠지만 투자·수출 등 전체 실물경제에서 불확실성 증가와 부정적 영향 확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중 통상분쟁은 중국의 5G·R&D 분야 약진과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하면서, 양국 충돌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R&D 투자규모가 급증하며 미국에 근접했고, 연구자 수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커졌다. 과학기술 분야 논문 수는 2016년 미국을 추월했고, 국내에 출원되는 특허 건수도 2011년 이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ICT 산업의 핵심인 5G에서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2017년 미국을 추월했다. 이 원장은 “미·중 분쟁이 지속되면서 내년 한국 경제가 2% 대 초반의 낮은 성장률과 경제활동인구 감소, 수출증가율 둔화, 무역의 대기업 편중, 수출의 고용효과 약화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igital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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