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리즘

글. 홍승수/ PT. KOREA TELECOM INDONESIA 대표이사 한인포스트 IT 칼럼리스트 [email protected]

과거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인 10년전만 하더라도 카페나 레스토랑은 친구들이나 가족, 지인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커피를 마시며 상대를 마주하고 대화하면서 즐거워하고 때로는 심각해지는 모습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이런 모습들을 찾아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음료수를 앞에 두고 두손으로 꼭 잡은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혼자 웃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하며 앞에 앉아 있는 친구도 역시 같은 모습으로 앉아서 가끔 서로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몇마디 주고받는 모습이 더 익숙해졌다.

길거리의 지나가는 사람들도 앞을 보고 길을 걷는 사람보다 손에 들고있는 스마트폰을 보고 걷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

집안에서는 어떨까? 각자의 방에서 아니면 거실에서, 식탁에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의 시간이나 가만히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가짜뉴스와 같은 잘못된 정보를 접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는 부작용을 알고 있지만 스마트폰, 컴퓨터, TV와 같은 우리에게 정보를 전해주는 많은 디지털 장비들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다.

Digital-1아마도 하루라도 스마트폰 없이 지내라고 하면 우리는 금단 증상을 느낄 게 분명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음과 무한으로 연결되어 있는 온라인 세상과 정보들에 휩싸여 정작 몰입해야 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할 수 없고, 우리로 하여금 늘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한다.

베스트셀러 “딥 워크”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우리를 좀먹고 있는 디지털 과잉 환경에서 우리가 기술과 맺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Digital Minimalism)”을 제시한다. 집에서나 회사에서 또는 출퇴근하는 차안에서도 알람, 일정 관리, 이메일, 카카오톡과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여다 보게 되는 모든 기술 (앱, 서비스, 디지털 도구 등)이 우리의 관심과 주의을 시시각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대화하거나 운동과 여행과 같은 활동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이러한 현상에 반하는 운동이다.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 없이 지내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주장하며, 처음 며칠만 힘들 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증언한다.

그들은 또한 지속적으로 방해받지 않으며 얼마나 많은 양의 일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라이트폰이 큰 인기를 끈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에 지쳐가고 있다. 24시간 울려대는 카톡, 메시지, 그리고 다양한 앱 푸시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가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건 사실 라이트폰과 같은 멍청한(Dumb) 핸드폰이다.” – 뉴욕 타임즈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크리스 베일리(Chris Bailey)라는 캐나다의 생산성 컨설턴트는 테드토크에서 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대한 여정에 대해서 나누며, 하루에 그 자신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생활 방식에 그가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1주일정도 소요되었지만, 이를 통해 그는 3가지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겪었다고 설명한다. 먼저, 주의력이 상승했다.

한번에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그리고 보다 편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또한 방해받지 않고 생각이 방황할 수 있어 좋은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더 많은 계획과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할까? 이와 관련해 저자는 ‘디지털 정돈’을 소개한다. 우선 30일 동안 생활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은 부차적 기술(스마트폰 앱, 디지털 기기 등)에서 벗어나면서, 각 기술이 삶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 부차적인 기술의 판단 기준은 ‘일시적으로 중지해도 직업적개인적 삶에 해가 되거나 지장이 없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편리한 것과 필수적인 것을 구분해 디지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후에는 지속 가능한 수준의 디지털 라이프 재설정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문자메시지를 자주 확인하기 싫지만, 중요한 연락이 올까봐 신경이 쓰인다면 꼭 챙겨야할 중요한 사람의 문자메시지만 알람이 뜨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또 이메일을 충동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스마트폰이 아닌 컴퓨터로만 이메일을 확인한다는 규칙을 정하는 것도 좋은 재설정 방법이다.Digita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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