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왜 이러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수출 규제로 맞받아쳐…

–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 한국, WTO 제소 방침

한국 사법부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로 맞받아쳐 ‘한일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강국으로 자부하던 한국이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라는 불확실성에 맞닥뜨렸다.

전문가들은 외교 채널을 통해 갈등을 푸는 동시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에 의존해 오던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당장의 경제적 피해보다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정치적 문제로 이번 사태가 촉발된 만큼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한다면 일본이 한국산 제품 수입을 줄이는 등 다른 쪽으로 전선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 규제, 사실상 금수조치”
요미우리 신문은 TV와 스마트폰,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수출 규제의 대상이 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와 관련 “한국이 수출우대 대상에서 빠지면 수출할 때마다 신청과 심사 과정이 필요하다”며 “심사에는 9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수출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사실상의 금수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규제가 아니라 아예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산케이 신문은 대법원의 징용 판결 문제에 격하게 반발해온 일본이 그 동안 ‘대항조치’라는 이름으로 검토해온 사실상의 경제 제재를 7월부터 발동할 예정이며 총 3개 품목이 수출 규제의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해, 안전보장상의 우호국으로 인정해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고 있는 외국환관리법상의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정부의 방침을 ‘극약 처방’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통상의 룰을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고, 일본산 반도체 재료 등의 안정적 조달이 어려울 경우 한국 기업이 다른 조달처를 찾아 나서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베 정부, 자유무역 신봉자 자처하면서 트럼프 전술 채용”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결정과 관련, 일본이 기술 수출을 외교분쟁 무기로 사용키로 결정함으로써 오랫동안 취약성을 인식해온 자원 빈국들에 전략상의 대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WSJ은 정부의 수출 규제 결정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글로벌 기술공급망과 그 동안 자유무역 신봉자로 알려진 아베 신조 총리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그런 아베 정부가 불과 이틀 후 갑자기 한국에 무역규제를 가하고 나섰다면서 그러나 만약 삼성전자와 LG 등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애플의 아이폰, 그리고 애플에 대한 일본 공급업체에 연쇄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부품 공급업체인 ‘퓨전 월드와이드’의 토베이 고너만 부사장은 “(일본 정부 결정에 따른) 승자는 없다”면서 “규제라는 경고탄을 발사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은 중국의 희토류 케이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반감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일 공급을 차단한 후 일본은 희토류를 다른 곳에서 조달하고 희토류를 덜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해오고 있음을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 등 무역규제를 경제외교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아베 총리가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에 대한 강경조치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파들의 지지를 결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쿄 소재 전자컨설팅회사인 ‘아키텍트 그랜드 디자인’의 설립자 도요사키 요시히사는 “일본은 한국이 일본에 가하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면서 “이달 하순 참의원 선거를 앞둔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日 수출규제 WTO 제소’ 법률검토 본격 착수
일본은 당장 4일부터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자국산 소재부품의 수출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발표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WTO의 규칙에 정합적이다(맞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러나 일본의 이번 조치가 자유무역에 관한 WTO 정신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과 관련, 본격적인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3일 “일본의 조치가 WTO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수출통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본격적인 법률검토에 들어갔다”며 “담당부서에서 실무적인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일의존도 28.1%→16.3% 낮췄지만 초격차 핵심소재에 발목…전문가 “수입대체 어려워 국산화 서둘러야”
b7-3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재부품 수출은 3162억 달러로 총 수출(6055억 달러)의 52.2%를 차지했다. 무역수지는 1391억 달러 흑자를 냈는데 전체 무역흑자(705억 달러)의 약 2배를 기록했다. 2001년 소재부품 수출액이 620억 달러, 무역흑자가 27억 달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년 만에 수출은 5배, 무역흑자는 51배 늘었다.

정부가 양적 팽창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정작 질적 향상은 갈 길이 멀다. 정부는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4차례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을 내놓으며 ‘소재부품 세계 4강 도약’을 목표로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나서고 있다.

b7-4특히 고질적인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고질적인 소재부품산업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01년 105억 달러이었던 적자폭은 2010년 243억 달러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축소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51억 달러로 줄었다. 대일본 수입의존도 역시 2001년 28.1%에서 지난해 16.3%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초격차 기술을 앞세운 핵심 소재 분야다. 범용 소재부품의 경우 한국, 중국 등 후발주자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상승했지만 핵심 소재 분야는 오히려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더 커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단적인 예가 일본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 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다.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 70~90%를 독점한 핵심 소재인데 실제로 공급이 중단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역시 도레이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첨단산업 관련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이 취약한데 평균 기술력이 독일, 일본 등 선진국 대비 66%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기준 세계 2000대 기업 중 소재 기업 수는 미국 40개, 일본 29개지만 한국은 단 7개에 그친다.

무엇보다 핵심 소재 분야는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수출규제를 진입장벽 삼아 해당 산업 가치가슬 진입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서로 얽혀 있어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국가 산업계도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외교•안보를 이유로 강행할 경우 상대국이 마땅히 대응할 카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공정에 맞춰 일본산 소재를 써왔는데 수출 규제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선을 다변화한다고 하지만 당장 전세계에서 일본제품 만큼의 품질을 맞출 수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소재-장비는 하루 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면 역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후방산업의 연쇄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반도체 소재장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학계산업계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등 자료 인용 및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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