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

글. 홍승수/ PT. KOREA TELECOM INDONESIA 대표이사 한인포스트 IT 칼럼리스트 [email protected]
독일의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독일의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독일의 스포츠 의류 다국적 기업 아디다스는 2015년 3D 프린팅 운동화 콘셉트를 공개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산 시스템 변화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독일 안스바흐에 신발 제조 스마트팩토리인 ‘스피드팩토리(Speed Factory)’를 오픈했다.

고객 맞춤형 상품 생산이 주인 이 공장에서는 주문에 따라 로봇이 재단과 가공을 하고, 신발의 충격 흡수부인 미드솔 등 밑창을 3D프린팅한다. 아디다스는 이를 통해 기존 ‘몇 주’가 걸리던 맞춤형 제품 생산 기간을 5시간으로 단축했다.

아디다스가 스피드 팩토리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아시아 및 저개발국가에서 신발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조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생산을 하고 미국이나 유럽등의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신발 한 켤레를 완성하는데는 디자인 작업부터 포장까지 60일 이상이 걸린다고 보고 있으며, 또한,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수출하여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데까지 60일 정도가 소요 된다고 한다.

아디다스 3D프린팅 운동화 FUTURECRAFT 4D
아디다스 3D프린팅 운동화 FUTURECRAFT 4D

이러한 생산방식으로는 고객의 요구나 트렌드 변화를 즉시 제품에 반영하기 어려워 신발의 생산주기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커스텀 신발을 제작하는 것이 타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라고 판단하여 새롭게 시도한 생산방식이 바로 스피드 팩토리이다.

이전의 아디다스 공장들이 대부분 저개발 국가에 있었던 것과는 달리 스피드 팩토리는 독일의 안스바흐와 미국의 아틀란타에 세워졌다. 바로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을 적용한 것이다.

리쇼어링이란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으로 과거 제조업 기반의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저개발국이나 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현상을 오프쇼어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리쇼어링이 제조업에서 보편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중국을 포함한 많은 신흥국가들의 인건비가 매년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로봇, 인공지능, 3D프린팅 등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을 제조하는 팍스콘(Foxconn)은 전 공정 100%자동화를 목표로 매년 많은 인원을 줄이고 있는데 이와 반대로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오프쇼어링의 가장 큰 문제는수작업에 따른 품질저하, 디자인 및 기술의 해외 유출, 긴 운송시간 등이 있다. 이미 많은 선진국의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리쇼어링 전략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기존의 신발공장과는 다른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연간 50만 켤레의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전체 직원은 수십명에 불과하다.

스피드 팩토리는 신발제조 공정을 전적으로 자동화 하였기 때문에 많은 생산 인력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로봇기술과 3D프린팅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생산 공정의 자동화를 실현한 것이다.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의 또한가지 특징은 한 공장에서 한 켤레의 신발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생산 방식은 신발 밑창을 제작하는 공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재단 및 재봉 공장도 별로로 운영하는 등 각 생산 공정별로 전문화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이런한 방식때문에 생산주기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스피드 팩토리는 모든 공정을 한 공장안에서 운영하여 기존의 생산 주기를 3배 이상으로 줄였다.

아디다스가 1년동안 생산하는 신발은 평균 4억 켤레로 추정하는데 스피드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신발은 불과 50만 켤레이다. 아디다스 뿐만 아니라 많은 신발 기업들이 일정기간 기존의 생산방식을 유지하겠지만 고객의 요구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IT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하다.

이에 많은 한국의 신발 제조업체도 적극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환경을 구축해 나아가고 있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를 우선 구축하고 있다.

최적화된 생산라인 설계, 자율주행 무인 운반차량운영, 자동 재단라인 운영, 각 생산라인의 설비 데이터 및 생산실적 자동 수집, 품질관리 시스템, 생산환경 최적화를 위한 환경 정보 수집 및 분석, 전력 감시 시스템 등의 생산 자동화를 구축하고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과 연동하여 운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규모가 큰 업체들만 적극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실현을 위하여 투자를 하고 있다. 중소규모의 업체들은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과 어떤 공정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지, 스마트 팩토리 방향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디다스나 나이키와 같은 대형 브랜드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직접 운영하게 된다면 많은 중소업체들이 더욱 어려워지는 환경에 처할 것이다.

신발 업계에서 유명한 나이키의 성공 신화를 이룬 나이트 회장의 창업파트너인 바우어만 회장의 인터뷰 내용에서 보듯이 회사의 규모를 떠나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하려면 반드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필수이다.

“육상 선수를 위한 운동화는 가볍고 편안하고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다. 기술 변화는 계속 일어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완벽한 신발, 완벽한 옷을 만들지 못했다. 지금도 나이키는 더 나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이것이 우리의 DNA다.” – 바우어만 (나이키 공동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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