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았어요” 고(故) 아니 유도요노 여사 하늘나라로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SBY 군 복무시절

유도요노 전 대통령 부인 별세…초대주한대사 3째딸로 한국가교 역할
장례식 참석한 김창범 한국대사 “참  안타까운 일이고 애도를 표합니다”

 “ 저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한국을 기억하고 좋아합니다”
2007년 대통령 궁에서 한인포스트 정선 대표에게 한국을 회상하며 즐거워했던 인도네시아 6대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이하 SBY) 대통령 영부인 아니 유도요노 여사가 지난 6월 1일 오전 하늘나라로 갔다.

이날 고(故) 아니 유도요노여사(Ani Yudhoyono)는 향년 67세로 오전 11시50분 싱가포르 국립대병원에서 혈액암으로 별세했다.
사르워 에디 위보워 장군의 7남매 중 셋째 딸로 족자카르타 태어난 고 아니 유도요노여사의 본명은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이다.

아니 유도요노여사와 가족들이 서울방문으로 추정되는 겨울사진
아니 유도요노여사와 가족들이 서울방문으로 추정되는 겨울사진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는 평소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1973년 동부 자카르타에 있는 인도네시아기독교대학(UKI) 의대에 입학했으나 3학년 때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부친인 사르워 에디 위보워 장군이 1973~1978년 임기로 초대 주한인도네시아 대사로 임명되자 꿈을 접고 서울에서 청년시절을 보냈다.

이 때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는 한국에서 1년6개월간 살면서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고 한국여행을 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됐다.

22세때에 아니여사가 함박눈이 내린 서울에서 사진 Usia 22 tahun, Ani semakin fashionable dan menawan
22세때에 아니여사가 함박눈이 내린 서울에서 사진 Usia 22 tahun, Ani semakin fashionable dan menawan

또한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는 서울이 당시 약혼자던 유도요노 전 대통령과 애뜻한 사랑을 나누던 장소였다.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연인인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장인인 사르워 대사에게 딸에 대한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한국을 닮아라’라는 장인어른의 말씀이 깊이 남았고, 아내가 당시 한국에서 워낙 편지를 많이 보내와 설악산과 판문점을 가보지도 않았는데 마치 가 본 것 같았다”는 얘기를 전한 바 있다고 인도네시아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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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 어릴적 사진과 벚꽃앞에서 사진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 어릴적 사진과 벚꽃앞에서 사진

이후 SBY와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 여사는 1976년 결혼했으며, SBY는 군 최고 고위직을 거쳐 메가와띠 대통령 정부시절 정치안보조정부 장관을 지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2004년 인도네시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메가와띠 대통령과 겨뤄 당선됐고, 2009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SBY 대통령 재임기간 10년동안 고 아니 유도요노 여사는 인도네시아와 한국 교류에 남달리 관심을 나타내며 각종 한국인 사회문화 행사에 찾아와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아니 유도요노 여사는 2009년 8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자카르타 공연에 이희야씨를 만나 “이희야양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비록 육체적 결함이 있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있다”며 격려하고 환영해 주었다. 또한 석진용 선교사가 운영하는 탈렌트기술학교 자수전시회에도 자주 찾아와 축하해주었다.

고(故) 아니 유도요노여사 운명에 인도네시아 국민과 정치인들의 애도가 줄을 이었다. 조코 위 대통령은 “고인이 하나님 곁에 가장 좋은 자리를 얻고, 유족은 어려운 시기를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하도록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SNS 계정에 ‘고인은 영감을 주는 인물’이라고 적었다.

김창범 대사가 고 아니 유도요노 여사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창범 대사가 고 아니 유도요노 여사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유족들은 각계각층의 애도에 감사를 표했다. 고인의 맏아들 아구스 하루무르티 유도요노는 서면을 통해 ‘어머니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어머니를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어머니는 투병 중에도 가족과 인도네시아 국민만을 계속 생각했다. 어머니는 생이 끝날 때까지 국민이 행복할 때는 행복했고 국민이 슬퍼할 때는 슬펐다’고 덧붙였다.

고(故) 아니 유도요노여사 영결식은 2일 오전 자카르타 근교 보고르 자택에서 치러졌고, 장례식은 오후15시에 자카르타 깔리바따에 있는 국립영웅묘지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3군이 주재했다.
고(故) 아니 유도요노여사 별세에 많은 한인동포들도 애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여 장례식에 참석한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는 “아니 여사님 투병 중에 유도요노 전 대통령께 위로를 전하고 조속한 쾌유를 빌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삼가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지난 2일 장례식장에서 본지에 전했다. <기사 동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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