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 그 길을 선택하라!

장 창 곡 교육학 박사, JIKS 진로교사, 커리어넷 진로상담위원, 대교협 대입정보포털 자료개발팀 재외국민전형 담당

장박사의 청소년 진로진학칼럼(3)

땅 위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우리는 그 많은 길을 다 가지 못한다. 아니, 가지 않는다. 직업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직업을 우리는 다 가져볼 수 없다. 땅 위의 길이 가야할 목표를 향해 걷고 달리는 길인 것처럼 직업은 어떤 목표를 향한 인생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인생의 길인 직업은 어떤 생각을 하며 선택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진로와 직업의 선택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국어사전을 보면 직업은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이라고 씌어 있다.

이 국어사전의 의미를 그대로 따른다면, 개인이 수입(돈)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사회 속에서 특정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나’라는 개인이 ‘월급’이라는 수입을 얻기 위해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학교’라는 사회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을 해왔고, 이것을 ‘교사’라는 직업으로 일컫는다.

국어사전의 직업에 대한 정의는 수입(돈)을 얻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직업의 의미가 이 국어사전의 의미 이외에는 없을까? 아니다. 도둑이나 도박꾼처럼 무조건 돈을 벌 수만 있다고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고 건전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일이어야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업을 얻는 일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회생활 속에서 직업을 통해 자기 만족감이 충만한 자아실현의 상태가 되어야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돈을 벌면서 내가 행복해야 진정한 직업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국어교육학과로 대학에 진학했었다. 하지만, 입학한 그 해 가을에 ‘교사’가 되는 것보다는 ‘회사의 사장’이 되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교사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각종 자격증 취득과 영어 공부를 하고, 리더십을 인정받는다는 ROTC과정을 이수하며 대학생활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서 전역을 하자마다 여러 회사에 지원서를 냈고, 그 중에서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사장이 될 수 있겠다고 나름대로 생각한 ‘0000’라는 우유 회사에 취직을 했다.

11개월의 인턴생활 후, 정식 사원으로 발령을 받은 부서는 우유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생산부서였고, 플라스틱 요구르트병에 요구르트액을 담기 위해 나란하게 요구르트병을 세우는 일을 담당했다. ‘12시간 맞교대’로 야간 근무를 한 날은 오전에는 잠을 자고 오후에 일어나 은행업무나 사람을 만나는 등 약간의 생활을 하고, 다시 저녁이 되면 출근하여 졸린 눈을 비벼가며 찌그러진 병이나 넘어진 병들을 골라내는 단순한 일을 했지만 회사 사장이 목표였던 나는 열심히 일했었다.

그러던 중, 그 회사는 회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공장견학프로그램인 ‘소비자의 제품 생산공장 견학’을 진행했고, 공장에 방문한 소비자들은 담당자의 설명을 청취하면서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과 종사자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투명한 유리로 된 통로에서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모습을 견학했다.

나는 요구르트를 생산하는 일을 하면서 공장 홍보교육팀 사원이 마이크를 들고 소비자들에게 생산과정과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홍보하는 그 모습을 매번 보게 되었고, 회사 사장이 되겠다는 내 다짐을 흔들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을 교육하고 있던 그 홍보팀 사원이 부러웠었다. 생산부서이기에 각종 수당들이 많아서 그 홍보팀 사원보다 내 월급이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원이 부러웠다. 어쩌면 찌그러지고 쓰러진 요구르트병을 골라내던 일을 한 내가 그 일에 대해 행복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그러다가 IMF로 회사가 부도가 났고, 새로운 직장과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다. 회사에서 그 홍보교육팀이 부러웠던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교사라는 길을 걷고자 했고,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가 되었다. 우유회사에 있을 때보다는 월급이 적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도와주고 돌봐줄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했다.

국어교사를 하면서도 만족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학생들의 진로와 대학입시, 상담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고, 국어과목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진로와 대학진학에 대해 상담해주는 것이 좋았으며, 그 일을 할 때 행복했다.

그러던 중, 2010년에 진로진학상담이라는 과목이 새로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행복을 느끼는 일을 하기 위해 기꺼이 국어교사에서 진로진학상담교사로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물론, 직업에 대한 흥미는 변할 수 있고, 그 변화에 따라 직업도 달라질 수 있다.

마치 ‘회사의 사장’이 되고 싶던 내가 ‘국어교사’가 되어서 행복했고, 국어교사보다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나를 더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 길을 선택한 것처럼 직업이나 진로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다시 나의 진로나 직업은 나의 흥미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아마도 그 길은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진정으로 그 일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지를 생각하면서 진로를 선택하길 바란다. 그런 생각과 고민을 해서 선택한 진로라면 분명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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